앵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사상과 당 정책을 기사와 논평으로 주민들에게 전하며 3대 수령 독재를 뒷받침하는 '노동신문' 기자들 중 일부는 기사 작성보다 돈벌이를 우선 순위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무소불위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당의 기관지입니다.
평양에 자리한 노동신문사 기자는 김일성종합대학 사회과학부와 김형직사범대학 사회과학부 졸업생 중에 성적과 필력, 사상이 우수한 학생들을 당 중앙의 심사로 선발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평양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당의 나팔수로 위상이 높았던 노동신문 기자들도 이제는 좋은 기사보다 장사할 수 있고, 먹을 알(노른자위)이 있는 취재 대상을 찾아다닌다”고 전했습니다.
노동신문사에 입사한 뒤 2년지나 기자급수 시험에서 합격해 5급 기자가 되면 3,500원(미화 0.42) 정도로 시장에서 쌀 600그램 정도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내가 아는 기자도 노동신문사 공업부(산업부)에서 7년째 일하는 4급 기자이지만 가족의 생활 수준은 명절날 쌀밥에 고깃국을 배불리 못 먹는다”며 “노동신문사 기자에게는 식량이 배급되지만 가족 식량은 정상적으로 배급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 공업부 기자는 1년 내내 전국을 다니며 공장을 취재해 봤자 원료와 자재가 부족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공장뿐이어서 취재 대상인 공장이 자력갱생한다는 등 공장 측에 좋은 기사를 써줘도 취재기자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부 외에 소위 돈이 안 되는 부서로는 당 역사교양부, 혁명교양부가 대표적으로당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가 끝나면 의례히 그것을 철저히 관철하자는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의 궐기모임 등 당연히 써야 하는 기사를 작성해 북한 말로 ‘먹을 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 역사교양부, 혁명교양부 기자들이 공장기업소를 자주 찾아가 취재하면 해당 공장에서는 기자에게 식사대접을 해야 하므로 ‘기신기신(위신없이 머리를 들지 못하고 다닌다는 의미) 밥이나 먹으려 다닌다’고 비하합니다. 해당기자들이 '기신기신 기자'로 위상이 추락한 겁니다.
소식통은 또 “이런 이유로 노동신문사 공업부 기자들은 농업부 기자를 희망한다”며 “두 달 전에도 간부부와 사업해 농업부로 이동한 기자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노동신문사 기자들이 공업부보다 농업부를 선호하는 이유는 관련 기사를 통해 얻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식통은 “농업부 기자가 협동농장을 취재하러 나가면 관리위원장과 작업반장들은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에게 20킬로 정도의 쌀이나 고추가루 등 부식물을 배낭으로 지워 보내, 기자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 일간지 노동신문사는 당역사교양부, 당생활부, 혁명교양부, 공업부, 농업부, 과학문화부, 남조선부, 국제부, 사진보도부, 대중사업부와 기사를 편집하는 편집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중농업부 외 기자들의 선호 부서는대중사업부로 일반 주민, 특히돈주들이 취재 대상입니다. 돈주들을 취재해 신문에 실어주면 개인 돈주는 기자에게 보통 100달러 이상의 현금을 주게되고, 돈주는 당에 충성했다는 실적을 인정받아 개인장사 발판이 넓어지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노동신문사 기자들 중 머리가 좋은 기자들은 위신 없이 취재하며 식량을 도움 받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자 특권을 이용해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된 북한이지만 기자에게는 3개월 분기마다 여행증명서를 발급해주는데 이 증명서가 있으면 전국 어느 지역이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소식통은 “이 증명서만 내밀면 사법당국도 통제를 못한다”며 “이를 이용해 일부 기자들은 취재를 명목으로 금광지인 회창군에서 금을 사다가 국경지역인 신의주를 통해 중국에 넘기며 불법으로돈을 벌다 보니 당의 사상과 정책을 연구하고 써야 하는 논평이나 기사는 뒷전으로 밀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금 장사에 관여하는 기자는 당 역사교양부, 혁명교양부 등 나름대로 신문사에서 위상이 높은 부서가 유리합니다. 노동신문사에서 필력이 있고 당성이 높은 기자들은 당 역사교양부, 혁명교양부에 배치되기 때문에 해당 부서는 장사를 보호해주기도 유리하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특권층이 시장을 점하는 구조나 같습니다. 농업부에 있어도 머리가 좋은 기자는 금 장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특히 “몇 년 전만 해도 기자들은 당 정책을 선전하는 좋은 기사를 더 많이 게재하며 기자 급수를 올려 명예를 얻거나 입당하려고 신경 썼지만, 일부 기자들은 기자 급수가 올라가면 선전선동 기사만 더 많이 써야 한다며 기사보다 자신의 돈벌이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기자 선발은 대부분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이 대상이어서 당원 비중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북한의 노동신문사를 비롯한 북한의 각 신문사 기자는 무급으로 시작해 연한이 1~2년 지나 기자동맹에서 시행하는 급수 시험에 합격하면 5급 기자가 되며 이후 근무 연한과 집필 능력에 따라 4급에서 3급, 2급, 1급으로 승진합니다.
특히 당의 나팔수로 특출한 공로를 인정받은 기자에게 인민기자, 공훈기자 칭호가 부여되지만 당의 사상에서 벗어나는 기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