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북, 러에 탄도미사일 100여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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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백여 발을 제공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주장했습니다. 잔해에서 북한 수출이 금지된 외국산 부품이 다수 발견됐고,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이 미사일들을 전쟁에 투입해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U)은 현지 시간으로 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과 KN-24 1백여 발을 러시아에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KN-23과 KN-24는 각각 북한판 ‘이스칸데르’,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전술유도탄으로, 수 년간 한국을 상대로 한 도발 및 시험발사에 동원돼 온 것입니다.

이 미사일들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공격에 투입돼 왔고, 북한은 발사대 유지보수를 위한 군 전문가들까지 파견했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 분석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KN-23과 KN-24 잔해에서 발견된 외국 부품들의 목록을 갱신했는데 중국과 미국, 일본, 영국, 스위스 회사들이 만든 부품들이 추가됐습니다.

당국은 러시아가 사용한 무기 149종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 외국산 부품 4천 145종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고, 이 가운데 두 북한산 미사일에 쓰인 외국산 부품은 7개국 22개 업체가 제조한 36종입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북한, 이란이 무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 제재를 회피하려는 공동 계획을 짜고 있다며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022년 2월 이후에도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며 외국산 부품을 구해 미사일 생산에 사용 중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앞서 미국 CNN 방송은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올해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약 60발의 KN-23 미사일 잔해에서 서방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부품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비정부 기구인 독립반부패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 미사일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들이 미국, 네덜란드, 영국에 본사를 둔 기업을 비롯해 서방 제조업체 9곳에서 생산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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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우크라이나 군이 획득한 북한제 KN-23 잔해. [국가정보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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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국과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2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주요 7개국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만나 북한 군의 러시아 파병 등 전쟁 동향과 한국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장관은 안드리 시비하(Andrii Sybiha)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에게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 우려스럽다며, 한국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 진전과 한국 안보에 대한 위협에 상응하는 실효적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비하 장관은 북한의 파병으로 양국이 공동 안보 우려를 갖게 됐다며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특사가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을 방문해 관련 협의를 이어 나가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양국이 불법적인 북러 군사협력에 엄정히 대응하기 위해 관련 동향과 정보를 계속 긴밀하게 공유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한국 정부의 지원에 사의를 나타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군이 우크라이나전에 개입함에 따라 단계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습니다. 지난 25일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지난 25일)]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 군사,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해서 이미 정부는 여러 차례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 협력 동향을 지켜보면서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이달 초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전쟁 관여 정도에 따라 무기 지원까지 가능하다는 입장도 내놓았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지난 7일)]종전과 같이 인도주의·평화주의에 입각해 해오던 지원에서 이제는 북한 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그 방식을 바꿔 나간다, 그래서 무기 지원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면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이에 대응할 것이고 이는 한국의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원 의사 철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