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매체, 러시아 영화 연일 방영…미 전문가 “형제 매체로 인식”

0:00 / 0:00

앵커 :조선중앙TV는 최근 며칠 사이 러시아 영화를 자주 방영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한 내 매체의 프로그램 편성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최근 조선중앙TV에 러시아 영화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한드라마를 방영했던 시간대에는 평양말로 목소리를 덧입힌 러시아 영화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영국 BBC방송 프로그램 등 필요에 따라 짧은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지만, 연일 외국 영화를 긴 시간 내보내는 건 드문일입니다.

[ 조선중앙 TV 방영 러시아 영화] "만일자기목숨을바쳐야한다면영웅답게죽으십시오.투항은하지마십시오."

이 매체를 통해 방영된 러시아 영화 ‘뽀돌스크의군관학교 학생들’과 ‘첫 개척자들의 시대’는 전쟁과 우주 개발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푸틴러시아대통령의 방북을 전후로 러시아 방송물이 없던 기존의 편성 흐름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청진이 고향인 탈북민 김수경 씨는 “사회주의 국가의 고위급 인사가 북한에 방문할 때면 내부 매체에서 그 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를 방영하기도 했다”면서 “물론 검열된 내용이었지만 북한에서 만든 방송물보다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수경 씨 : 아주 흥미로웠죠. 어차피 보여주는 외국영화는 다 사회주의권 영화라서 내용들이 다 비슷하긴 한데 최소한 장군님 만세는 안 부르니까. 외국의 이색적인 모습도 나오고 하니까.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는(조선중앙TV에서 방영하는 외국 방송물이) 합법적으로 외부를 만날 수 있는 어찌 보면 거의 유일한 통로죠.

그러면서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러시아와 북한의 동맹을 반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수경 씨 : 어쨌든 북한이 이렇게 못 살고 왕따고 이런 걸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이 온다 하게 되면 '감사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별 볼 일 없는 나라에 그래도 러시아면 센 나라잖아요.러시아 사람이라도 와주니까 감사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러시아와 형제 관계라는 것을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 북한과 러시아는 중요한 동료이며, 서로를 지지하고,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외부 언론이 아니며 일종의 형제라는 것을 시사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분명히 러시아의 정보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마치 북한이 또 다른 초강대국인 것처럼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러시아 영화를 방영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강력한 동맹 관계를 부각시키려 한다는 해석입니다.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통신은 이밖에도 러시아 문화에 관한 프로그램 등이 북한 매체에서 방영됐다고 18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