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러 블로거 “평양 맥주가게 앞 긴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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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러시아 여행 블로거가 올해 초 북한을 방문했던 일지를 작성해 공개했는데 그에 따르면 안내원 중 보위부 요원으로 보이는 이가 사진 찍는 것을 막고 검열하려고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40년 가까이된 항공기 타고 평양 도착

러시아 사회관계망 서비스 VK에 올라온 러시아 여행 블로거 '막심 골리셰프'의 북한 여행기.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여행기를 작성하는 골리셰프 씨는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북한을 방문했는데, 8명의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단체여행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양까지 1976년산 투폴레프기(Tu-154)를 타고 이동했으며, 귀국할 때는 1983년산 항공기를 이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1976년산 항공기는 전체적으로 낡고 허약해 보였지만, 다행히 평양 순안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주민 약 30명도 함께 내렸는데 이들은 모두 동일한 복장을 착용한 채 한 명의 인솔자를 따라 질서 있게 이동하며 곧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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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골리셰프의 북한 여행기를 다룬 블로그. /러시아 사회관계망 서비스 VK

관광 안내원인가 보위부 요원인가 ?

평양에 도착한 직후부터 두 명의 안내원이 함께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일반 여행 안내원이고, 다른 한 명은 비밀요원, 즉 보위부 소속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추측했습니다.

보위부 소속 안내원은 관광객들이 북한의 긍정적인 면만 볼 수 있도록 철저하게 계획했고, 사진을 검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리셰프 씨는 출국 전 러시아 북한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촬영하면 안 된다”는 경고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안내원은 다양한 이유로 사진 촬영을 거부했으며, 그중 하나로 “북한 주민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골리셰프씨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보위부 요원의 눈을 피하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떠나기 전날 밤, 보위부 요원이 공항으로 가는 길에 사진을 확인하고 싶어 했지만, 그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버스의 반대편에 앉았다고 설명했고, 결국 보위부 요원은 그의 사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작성했습니다.

100명 이상 줄 선 ‘맥주 가게’…동물원엔 개 전시도

골리셰프씨는 차에서 평양의 거리를 구경하던 도중 창밖으로 약 100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고, 안내원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안내원은 맥주가 가게에 배달되었고, 사람들이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소련 시절 맥주 가판대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맥주 한 잔을 사기 위해 이렇게 긴 줄이 늘어선 광경은 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습니다.

일행은 평양동물원도 방문한 기회가 있었는데, 가장 이색적인 점은 개가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곳에는 30가지 품종의 100 여마리의 개를 전시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는 동물원에서 개를 전시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작성했습니다.

안내원은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고 골리셰프씨는 전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이 러시아 관광객들의 북한 방문을 재개했지만 러시아 관광객 수는 총 881명으로 집계돼 상당히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호기심 때문에 북한을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북한은 관광 목적을 위해 가기가 그렇게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란코프 교수]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매우 엄격한 감시입니다. 북한에서는 외국 관광객들이 투숙한 여관, 호텔에서 나가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항상 북한 담당자들이 따라 다닙니다. 러시아 관광객들이 북한을 다녀온 후 호텔도 좋고 안내원들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자유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