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러시아가 이달 말 어린이들을 북한으로 보내 여름방학을 보내게 할 계획입니다. 10년 전 같은 어린이 캠프에 2번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한 러시아인은 당시 북한이 다양한 방법으로 어린이들을 세뇌시키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달 22일, 러시아 어린이들이 북한 여름 캠프를 떠납니다.
열흘간 어린이들이 머물 시설은 북한 강원도 원산에 위치한 송도원 국제소년단야영소.
관광객을 모집 중인 러시아 여행사 보스투크 인투르에 따르면 송도원 캠프 내 실내수영장, 모래사장, 축구장, 암벽등반벽, 수족관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4D 영화관, 전자 오락실에 보트와 회전목마까지,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 활동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10년 전 이 캠프를 참가했던 러시아인의 경험은 달랐습니다.
당시 15살이었던 유리 프롤로프 씨는 캠프에서 북한 지도자들의 동상을 청소하고 백악관을 파괴하는 컴퓨터 게임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3일 미국 언론 비지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세뇌하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다큐멘터리(기록영화)를 보고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 참가한 프롤로프 씨는 “끊임없이 감시당했다”며15일 간의 캠프를 회상했습니다.
송도원에 있던 북한 아이들과는 대화도 할 수 없도록 완전히 분리됐으며, 마지막 날에야 딱 한 번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캠프 기간 중 몇가지 “이상한 의식”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참가 어린이들은 아침 6시에 일어나 김일성과 김정일의 기념비를 청소해야 했습니다.
프롤로프 씨는 “기념비는 매주 전문적으로 청소되고 있었음에도 참가자들은 스펀지나 청소 도구 없이 먼지를 닦아내야 했다”며 “이상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어린이들은 공연에 참가해 북한 지도자를 찬양하는 선전 노래를 북한말로 불러야 했습니다.
컴퓨터 게임 시간에는 탱크를 탄 햄스터 캐릭터가 백악관을 파괴하는 게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프롤로프 씨는 이처럼 너무 직접적인 선전 활동이 자신에게는 효과가 없었지만, 실제로 이 기간 세뇌당해 귀국 후 러시아 공산당에 가입하고 온라인에 늘 북한에 대한 글을 올린 아이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당시 참가자들 중 가장 연장자였으며, 9살에서 11살 사이의 다른 참가자들은 해변과 놀이 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생각으로 참가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캠프인데, 캠프의 환경과 지원 상황도 좋지는 않았습니다.
몸이 좋지 않은 날에도 새벽 운동을 거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게다가 음식의 질이 낮아, 마른 편이었던 프롤로프 씨는 15일 만에 5kg(11파운드)을 감량했습니다.
귀국 직후 ‘자본주의 음식’이 너무 먹고싶어 햄버거 3개와 감자튀김 2개를 샀을 정도였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러시아 여행사 보스트쿠 인투르는 홈페이지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캠프의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비용은 미화 370달러에 러시아돈 약 3만5천 루블로, 대략 770 달러입니다.
한편, 이번 캠프를 계획한 러시아의 친정부 청소년단체 ‘첫 번째 운동’ 대표 그리고리 구로프는 29일 타스 통신에 북한 어린이들도 러시아의 캠프에 초대하는 등 양국 간 어린이 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송도 야영소에는 "장군님은 전선으로, 아이들은 야영소로!",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 고맙습니다" 등의 문장이 곳곳에 적혀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