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시아산 말 수입은 김정은 별장 승마장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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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지난해 러시아산 말 50여 마리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주로 김정은 초대소(별장) 내 승마장 운영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엘리트 계층 탈북자인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 북한의 러시아산 말 수입은 김정은 별장에 있는 승마장과 양강도 기마부대 운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승 연구원 : (북한이) 지금 말을 많이 수입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여지는데요. 하나는 비싼 말들은 김정은 패밀리, 즉 김정은 가족들이 사용하는 승마장들이 초대소들에 여러개 있습니다. 특히 원산초대소나 평안북도 창성초대소, 평양 강동초대소 등에 승마장이 있는데, 아마 거기에 구비를 해놓고 갈때마다 말 타는 것을 취미생활로 할 수 있습니다. 일반 말들은 아마 북한에 기마부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종마로 키우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앞서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RIA Novosti)은 지난 달 25일 러시아 연해주 농축산감독청을 인용해 지난해 러시아가 북한에 ‘오를로프 투로터’(Orlov Trotter) 품중의 말 51마리를 북한에 보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15년 러시아가 61마리의 말을 북한에 보낸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

북한에서는 관영매체를 통해 김씨 일가의 말 타는 장면을 자주 공개하며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에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오를로프 투로터 품종의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됐으며, 지난해 초에는 북한 관영방송이 기록영화를 통해 김 총비서가 백마를 타고 전력 질주하는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 당국은 김일성 주석이 항일 빨치산 시절 백마를 타고 전장을 누볐다고 선전해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백마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북한 선전매체에서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하거나 설산을 배경으로 백마를 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은 북한에서 백마는 ‘백두혈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조나단 코라도(Jonathan Corrado) 정책 담당국장도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백마는 하루에 천리(약 500km)를 갈 수 있는 한국과 중국 민속의 천리마 신화를 나타낸다”며 “천리마 신화는 북한의 우표와 돈, 웹사이트, 선전, 구호 등에 사용되며 종종 주체 또는 ‘자립’ 개념과 함께 나타난다”고 밝혔습니다.

(The white horse itself represents the Chollima myth from Korean and Chinese folklore, which could travel a thousand Li(roughly 500 kilometers) in a single day. The Chollima myth is used on North Korean stamps, money, websites, propaganda, and slogans, often appearing in conjunction with the concept of junche, or “self-reliance”.)

이어 그는 “천리마 신화는 북한 주민들이 비료 수집이나 쌀 수확과 같은 국가가 필요한 다양한 곳에 ‘자발적으로’ 시간을 기부해야하는 노동 동원에도 사용되고 있다”며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전달된) 이 말들은 일반 시민들의 농업보다는 선전 및 선물 정치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치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The Chollima myth has been used in labor mobilizations as well, in which North Koreans are asked to “voluntarily donate their time to various state needs, like fertilizer collection or rice harvesting. These horses are most likely being used for propaganda and gift politics rather than agriculture of ordinary citizens, and thus could fairly be described as a luxury.)

“북한 주민들은 식량난에 허덕이는데 고가의 말 구입? 분통”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에 전달한 오를로프 투로터 품종의 백마 거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상당히 고가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모스크바 타임즈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2020년 초 오를로프 트로터 품종의 백마 2마리를 총 2만3,400달러에 구매한 바 있습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마리에 1만1,700달러 상당입니다.

국제마사박물관(International Museum the horse)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를로프 투로터 품종은 한때 유럽 대륙에서 가장 빨랐던 마차용 말인 오를로프의 아름다움과 장거리 근지구력을 모두 지닌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말 품종입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오를로프 백마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박지현 씨는 식량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주민들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대량 수입한다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지현 : 주민들은 배를 점점 졸이고 있는데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고가의 말을 사들인다는 것 자체가 정말 격분할 일이죠.

이현승 연구원은 북한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승마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며 조선인민군 534기마부대 훈련장을 미림승마구락부 승마시설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북한에서는 승마장 이용료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일반주민은 물론이거니와 엘리트들도 승마를 할 기회가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대북제재 그물망을 피해간 북한 말 구매

오를로프 트로터 백마 품종이 고가임에도 대북제재와 상관 없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대북 금수 사치품 목록에 말이 특정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시작으로 사치품의 대북 유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레크레이션 스포츠 장비 등만 사치품 예시 품목으로 정확히 기재돼 있을 뿐 말은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에릭 패턴-보크(Eric Penton-voak) 조정관은 지난달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문가단은 지난 2020년 초부터 러시아와 북한 국경을 넘은 첫번째 열차에서 이러한 말들이 북한으로 수입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순종 말을 사치품으로 여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사치품 여부에 대한 해석은 결국 개별 회원국의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The Panel noted the import to DPRK of these horses in the first train to cross the Russia/DPRK since early 2020. I have no doubt that many might consider such thoroughbred to be a “luxury”. However, the interpretation of luxury goods is, in the analysis, a decision for individual Member States.)

그러면서 보크 조정관은 “이번 경우에 러시아는 말을 대북제재 결의에 위배되는 사치품으로 간주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며 “말은 사치품과 관련한 제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단이 회원국에 다른 해석을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In this case, I presume the Russian Federation did not consider these horses to be a luxury under the terms of the DPRK sanctions. As horse are not mentioned specifically in the sanctions regarding luxury. It is not possible for the Panel to impose an alternative interpretation on any Member State.)

말을 사치품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추가 질의에 그는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목록을 변경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회원국의 책임”이라며 “전문가단은 대북제재위원회가 그러한 변경을 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Changing the lists of what qualifies as a luxury good is fundamentally a Member State responsibility. The Panel has not considered recommending that the UN 1718 Committee makes such a change.)

미 연구기관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Troy Stangarone) 선임국장도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순종 말이 사치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러시아가 특별히 이를 금지된 사치품 목록에 추가하도록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While it is clear that thoroughbred horses are a luxury item, it is unlikely that Russia would allow them to be added to the list of specifically prohibited luxury goods.)

그러면서 그는 "7차 핵실험이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시험에 대응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가 추진된다면 금지된 사치품 목록 보다는 북한의 새로운 수익 창출 품목인 텅스텐과 몰리브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If there is a push for additional restrictions on North Korea either in response on a 7th nuclear test or continued ballistic missile tests, I would expect there to be a focus on North Korea's newer revenue generating items such as tungsten and molybdenum rather adding to the list of prohibited luxury good items.)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