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27일부터 6월 4일 0시 사이 위성발사를 하겠다고 일본 측에 통보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러시아 기술진들이 북한에 위성 운용기술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7일 새벽, 이날 새벽부터 오는 6월 4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일본 측에 통보했습니다.
북한은 위성발사 계획과 함께 해상 위험구역 3곳을 통보했는데, 북한 남서쪽 서해상 2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입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11월 위성발사 계획을 밝힐 때에도 같은 해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통보한 해상 위험구역이 같다는 것은 이번에 사용할 위성 발사체가 이전과 동일한 천리마-1형 발사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권 명예교수는 또 ‘러시아 기술진 방북설’에 주목하며 “엔진 성능 향상뿐 아니라 정찰위성 운용에 필요한 기술 전수, 기술 검증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26일 북한 정찰위성 발사를 돕기 위해 러시아 기술진이 대거 방북했고, 북한이 이들의 검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엔진연소 시험을 예상보다 많이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권 명예교수는 “러시아는 위성에 있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라며 “위성 운용 경험이 적고 기술이 빈약한 북한이 위성 운용기술을 전수받는다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궤도를 돌고 있다면서도 ”일하는 징후 없이 돌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권 명예교수는 나아가 “북한이 러시아에 (기술지원뿐 아니라) 위성센서 등 위성 관련 장비를 요구했을 것”이라며 “만약 이번에 러시아의 위성 관련 장비까지 제공됐다면 북한 정찰위성에 대한 한국의 평가는 다시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 북한이 러시아에게 단지 군사정찰 위성에 필요한 기술 전수만을 요구했을까 하면 그렇지 않을 것 같거든요. 만약에 러시아가 새로운 위성 장비까지도 제공했다면 만리경-1호의 군사적 가치는 비약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도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분석글에서 북한이 지난 11월과 동일한 낙하 예상지점을 통보한 것은 “천리마 발사체 1, 2단 추진체가 동일하다는 의미”이며 “이론적으로 3단 발사체의 무게, 비행 특성도 동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장 센터장 역시 ‘러시아 기술진 방북설’과 관련해 “지난 6개월 동안 발사체보다는 위성 운용에 대한 오류와 문제점을 수정하는 데 시간을 소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장 센터장은 지난 4월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서 “러시아가 위성 비행 소프트웨어, 운용기술 분야에서 북한을 도울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4월 17일):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러시아가 지원할 수 있는데, 아마 그중 많은 부분이 소프트웨어일 것입니다. 몇 도를 몇 초 내 어떻게 기동해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사진을 찍어야 평택을 찍겠구나 이런 것들이 다 계산해 나오는 것이거든요.
장 센터장은 이어 “이번에 발사할 위성도 지난 11월 발사한 만리경-1호와 동일한 궤도면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올해 3기의 위성을 추가 발사하면 한반도, 일본, 괌 미군기지 등에 대한 정보를 보다 자주 획득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만약 북한이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를 탑재한 위성을 운용할 시에는 전자광학(EO) 위성에 비해 “약 4배의 영상촬영 능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일본 측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한 27일은 서울에서 약 4년 5개월 만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날입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으로서는 지난 위성 발사 때보다 향상된 기술적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적인 목적”이지만, “만약 이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북한이 정치적 효과까지 극대화하는 시점을 의도적으로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시점을 맞췄을 경우 그 속내는 “국제사회의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이 밝힌 국방력 강화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러 간 우호적 관계를 봤을 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적 조언을 받으며 위성발사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이를 통해 북한이 자신감을 가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이 시점이 자신들이 그동안 준비해 왔던 군사정찰위성의 성능도 과시하지만 정치적, 군사적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낼 수 있는 그런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한편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7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도발행위이므로 군은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줄 조치들을 시행할 것”이라며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비해 한·미·일이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또 이날 군의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환으로 공격 편대군 비행 및 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