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러시아 선박이 한달 넘게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이유는 한국의 정유회사들이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 3자 제재를 의식해 이 선박이 러시아로 돌아갈 연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선박소유회사가 밝혔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1일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러시아 선박 '세바스토폴'호가 자체 사정으로 한 달 넘게 부산항 용호부두 장치장에 정박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선박을 소유한 러시아 해운회사 ‘구드존’의 알렉세이 부사장은 지난 22일 이 회사를 방문한 자유아시아방송(RFA) 기자와 만나 한국의 정유회사들이 제3자 제재 즉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제재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알렉세이 부사장: 세바스토폴 호는 지금 부산에 있습니다. 한국회사들이 러시아로 돌아가는데 필요한 연료제공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큰 문제입니다.
한국 정유회사들이 미국의 제재 대상인 세바스토폴호에게 연료를 공급할 경우 제 3자 제재를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알렉세이 부사장: GS 칼텍스, 현대오일와 같은 한국의 대형 정유회사들이 연료제공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는 이들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그는 다른 소규모의 정유회사들을 대상으로 소량의 연료를 제공받는 길을 찾고 있다며 연료가 채워지는대로 세바스토폴호는 러시아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달 20일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 트래픽'(Marine Traffic)을 인용해 지난 9월 말 부산항에 입항했다가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혐의 조사를 받았던 러시아 국적 선박 '세바스토폴'호가 현재 부산항 용호부두 장치장에 다시 정박한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달 '세바스토폴'호를 상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를 조사했지만 결의 위반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출항 보류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지난 8월 21일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하고 ‘선박 대 선박’ 환적을 통해 북한에 석유와 정유 제품을 옮긴 혐의로 ‘세바스토폴’호를 포함한 러시아 선박 6척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