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지속적인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부터 러시아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동토의 땅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의 통로이자 수 많은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의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동토의 땅 러시아 극동지역은 지속되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더욱 얼어붙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 방송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실태를 집중 취재해 네 차례에 걸쳐 방송해 드립니다.
RFA특별기획 ‘대북 제재의 현장, 러시아를 가다’ 오늘 두번쨰 순서로 ‘ 미국 대북 제재로 파산 직전이 된 러시아회사 구드존 ‘편을 보내드립니다. 이상민 기자가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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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1월 23일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는 영하 5도의 날씨였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 정도였습니다.
미국의 제재 서릿발에 '얼어붙은' 러시아 선박회사 '구드존'을 방문하기 위해 기자는 이날 오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호텔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가로질러15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택시에서 내리자 블라디보스토크 동쪽의 우무리스크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색바랜 살구색 8층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구드존' 간판이 써있는 벽 옆의 철문을 열고 좁은 복도를 따라 들어간 후 사무실 문을 열었습니다. 안내 여직원에게 인사하자 갑자기 굳은 표정을 한 2명의 남자 직원이 나타나 기자에게 왜 왔냐고 묻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이 회사 대표인 게난디 코네센코씨를 만날 수 있습니까? / (네.알겠습니다.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구드존 사무실은 깨끗하고 환했습니다. 4개의 방이 있었고 한 방에는 5명 가량이 모여 회의를 하는 듯 했습니다. 사무실 벽에는 구드존이 소유하고 있는 선박들의 사진이 걸려있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이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패트리엇(PATRIOT), 벨라(BELLA), 넵튠(NEPTUN), 보가티르(BOGATYR), 파르티잔(PARTIZAN), 세바스토폴(SEVASTOPOL) 등 6척의 선박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20분 가량 기다리자 중년의 러시아 남자가 나오더니 기자를 한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은 올레그 아니키이고 이 회사 재정부장으로 소개한 이 사람은 기자를 8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가운데 놓인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올레그 아니키씨입니까? 반갑습니다)
그 방의 한 벽에는 구드존 회사가 소유한 선박의 사진들이 걸려있었고 한 옆에는 그 선박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방에는 또 다른 중년의 러시아 남자가 있었고 그는 자신을 이 회사 부사장인 알렉세이 라고 소개했습니다.
미국 제재를 받은 후 회사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어 왔다고 하자 그는 바로 담배불을 붙이더니 한숨을 쉬며 세바스토폴 호에 대해 말했습니다.
(세바스포폴 호는 지금 부산에 있습니다. 매우 문제에요. 연료를 주지 않습니다. 제재 때문이에요. 큰 문제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연료를 공급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알렉세이 부사장은 한국 정유회사들이 미국 제재 대상인 세바스토폴 호에 기름을 제공하면 세컨더리 제재 즉, 제재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까지 받는 제재에 따라 자신들이 제재를 받을 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선박 6척에 대한 미국의 제재 때문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는 한국 기업들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세바스토폴은 지난 11월 29일 한국 정유사들로부터 직접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고 중개인을 통해 러시아까지 갈 수 있는 분량의 연료만을 구입한 뒤 러시아로 돌아갔습니다.
기자는 구드존 회사의 6척의 선박 중 미국이 북한 선박에게 정제유를 불법 환적했다고 지목한 패트리엇 호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패트리엇호는 중국 선박에 기름을 줬습니다. 북한에 주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북한과 접촉하지 않았아요. )
하지만 지난 9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한 말은 다릅니다.
(패트리어트라고 불리는 러시아 선박이 올해 4월 유엔 제재 명단에 들어있는 북한 선박에 정제유를 넘겨주는 것이 사진에 잡혔습니다. 패트리어트는 북한 선박이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이 금지된 후 항구에 정박할 수 없기 때문에 공해상에서 기름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면서 북한이 제재를 피하도록 도와줬습니다)
알렉세이 부사장은 세바스톨호의 경우처럼 미국 제재 후 회사 운영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토로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제재 후 어려워졌습니다. 러시아 국내사업만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해군과의 거래도 어려워졌습니다. 미국 제재때문입니다. 모두가 미국의 제재를 염두에 두고 있어요. 어떤 이들은 이 상황을 이용해 우리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합니다. 매우 나쁩니다)
기자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구드존이 미국 제재 후 파산상태에 직면해있다는 보도가 사실인지 질문했습니다.
(회사는 거의 파산상태입니다. 새로운 기회를 단계적으로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 재정 문제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제재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제재 때문입이다. 다른 회사들이 구드준과의 계약들을 파기하고 있습니까? 해외 뿐 아니라 러시아 기업들이 계약을 파기하고 있습니다. 큰 문제입니다)
대화 내내 알렉세이 부사장 옆에서 담배만 피우던 아니키 부장은 파산 위기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에 재정지원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재무부에 도움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연락이 왔는데 서류를 검토하고 있답니다. 2,3 주 걸리다고 하네요)
아니키 재정부장에게 미국의 제재를 받은 후 회사가 정말 어려워졌느냐고 물었습니다.
(좋지 않습니다. 큰 문제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세컨더리 제재를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 후 회사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우리를 도와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정부의 지원을 희망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맹추위처럼 매서운 미국 대북 제재의 한파에 러시아회사 '구드존'은 떨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상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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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특별기획 ‘대북 제재의 현장, 러시아를 가다’ 오늘은 두번째 편 으로 ‘미국 제재로 파산 직전이 된 러시아 회사 구드존‘ 편 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세 번째 순서로 ‘설 땅 잃어가는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 ‘ 편이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