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올 상반기 북 학생 2천여명 거주…취업비자는 '공란'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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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 당국이 올해 6월까지 상반기 동안 학생 비자를 가진 북한인 2천300여명에 대한 거주등록을 허가했지만, 취업 비자를 가진 북한인에 대한 거주등록 수치를 '없음'을 의미하는 '0'이 아닌 공란, 즉 빈칸으로 표시해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내무부가 최근 공개한 '국가별 이주 현황 자료'를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이 지난 1월 국경폐쇄 조치를 취했음에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러시아가 관광, 학생 비자 등을 소지한 북한 국적자에게 거주를 허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무부에 따르면 북한 등 외국인이 러시아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고, 입국일로부터 7일 이내에 내무부 이민국에 러시아 내 거주지를 신고해야 합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동안 북한 국적자 중 '관광 비자'(туризм)로 203명, '학생 비자'(учеба)로 2천311명, '개인 예외적 비자'(частный)로 44명, '기타 비자'(иное)로 605명이 러시아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 내무부가 최근 공개한 상반기 ‘국가별 이주 현황 자료'에는 북한 국적자의 ‘취업 비자'(работа)의 경우 ‘없음'을 의미하는 ‘0'이 아닌 공란, 즉 빈 칸으로 처리됐다.
러시아 내무부가 최근 공개한 상반기 ‘국가별 이주 현황 자료’에는 북한 국적자의 ‘취업 비자’(работа)의 경우 ‘없음’을 의미하는 ‘0’이 아닌 공란, 즉 빈 칸으로 처리됐다. (/러시아 내무부 자료 / RFA)

특히 올해 1~3월과 지난해 자료와는 달리 이번 상반기 자료에는 북한 국적자의 '취업 비자'(работа)의 경우 '없음'을 의미하는 '0'이 아닌 공란, 즉 빈 칸으로 처리됐습니다. (사진참고)

실제 내무부가 지난 4월21일 공개했던 1~3월 자료에는 취업 비자를 소지한 북한인 753명에게 거주 허가를 발급했다고 수치를 밝혔지만, 최근 공개한 상반기 자료에는 공란으로 처리된 것입니다.

심지어 지난 4월 취업비자 북한인 753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수치가 적혀있던 1~3월 내무부 자료 마저도 최근 돌연 '0'이 아닌 공란, 빈 칸(사진 속 빨간 음영)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진 수정 전후 참고)

<지난 4월 수정 전>

(이경하)

<최근 수정 후>

지난 4월 취업비자 북한인 753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수치가 적혀있던 1~3월 내무부 자료 마저도 최근 돌연 ‘0'이 아닌 공란, 빈 칸(사진 속 빨간 음영)으로 바뀌었다.
지난 4월 취업비자 북한인 753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수치가 적혀있던 1~3월 내무부 자료 마저도 최근 돌연 ‘0’이 아닌 공란, 빈 칸(사진 속 빨간 음영)으로 바뀌었다. (/ 러시아 내무부 자료 / RFA )


한편, 5일 현재까지 러시아 내무부가 지난 1월 22일 공개한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자료에는 지난 한해 취업비자를 가진 북한인 7천465명이 거주하고 있다는 수치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지난해 동안 공개됐던 모든 내무부 자료에서도 북한인 취업비자 거주자 수치가 표시돼 있었습니다.

앞서, 러시아 내무부는 지난 2019년 1분기 1천805명, 2분기 1천682명, 3분기 1천255명, 4분기 2천723명 총 7천465명에 대해 취업비자를 가진 북한인에게 거주허가를 발급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러시아 내무부에 북한인 취업 비자 관련 수치가 의도적으로 수정된 것인지, 아니면 통계상의 실수 및 오류인지 등을 문의했지만 5일 오후까지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 이신욱 한국 동아대 교수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1~3월과 상반기 러시아 내무부의 이주 현황 자료를 보면, 단순 통계상의 실수일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북한 국적자의 취업비자 부분만 삭제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와 북한의 특수관계, 상호의존적 관계를 보여주는 일례로도 볼 수 있다"면서 "러시아는 북한을 위해 잘못된 통계자료를 통해 유엔 제재를 회피할 공간을 열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신욱 교수: 한국은 관광일 경우 러시아에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지만, 북한 등 외국인들은 비자 발급과 함께 내무부에 그 비자에 맞는 거주등록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관련 통계가 허술한 점을 이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인력을 수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로서는 값싼 노동력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그는 최근 북한 유학생들이 늘었다고 하지만, 상반기 동안 러시아 내 북한인 유학생 수가 2천200여명이라는 수치는 코로나19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 비자나 관광비자는 북한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노동자 송출을 위장하는 방법"이라며 "북한에서는 노동자들이 중개자(agent)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러시아 비자를 취득해 불법노동자로 취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2017년 12월 채택한 결의2397호에 따라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 22일까지 모두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지난 5월 러시아 외무부는 정례기자설명회를 통해 지난해 12월 22일 이후에도 귀국하지 못한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를 해제하는 대로 귀국조치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측은 현재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인 노동자 현황과 북한인이 취업비자가 아닌 관광 및 학생비자로 러시아에 입국해 불법으로 일하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대해 5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또 러시아 외무부와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도 현재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인 노동자 현황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문의에 5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지난 4월 17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지난해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북한 국적자에게 취업비자가 아닌 관광 및 학생 비자를 발급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