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양강도 삼지연시를 시찰하면서 건설담당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한 데 대해 일부 양강도 간부들은 화풀이성 질책이라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지난주 삼지연 시찰 소식이 양강도 간부들 속에서 때늦게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찰 경로를 감추기 위한 기만적인 행보와 상황 파악도 못하고 기분에 따라 간부들을 질책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5일 “김정은의 삼지연 시찰 결과를 놓고 당, 행정, 건설부문 일꾼들로 사상투쟁회의를 조직할 데 대한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지시문이 오늘(15일) 아침, 도당 총무부에 전자우편(팩스)으로 하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기간 당 정책 관철에서 편향된 문제, 무책임성과 직무 태만 문제를 매우 강력한 사상 투쟁의 방법으로 뿌리 뽑으라는 것이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지시문 내용”이라며 “사상투쟁회의는 정규 학습과 강연회, 생활총화가 있는 이번주 토요일부터 진행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11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김정은의 삼지연 현지 시찰은 매우 복잡하면서도 은밀하게 조직되었다”며 “9일, 오후 5시에 갑자기 경계태세가 발령돼 안전원(경찰)과 보위원들이 비상근무에 돌입했고 곧 (김정은을 위한) 1호 행사가 있음을 간부들도 직감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김정은 전용 1호 열차는 다음날인 10일 저녁 8시에 혜산시 위연역에 도착해 즉각 삼지연으로 향했다”면서 “같은 시각 김정은 전용 1호역인 왕덕역에도 행사 화물열차가 도착해 열차에 실렸던 화물차와 승용차들이 1호 도로를 따라 삼지연으로 향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혜산시 간부들은 김정은이 10일 저녁, 1호 열차나 화물열차에 실렸던 승용차를 타고 삼지연으로 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삼지연시의 간부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용 비행기를 타고 11일 아침, 삼지연 공항에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찰 경로를 숨기기 위해 김정은 총비서가 열차와 승용차, 전용 비행기까지 동원했다는 얘기입니다.
양강도의 또 다른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6일 “김정은의 삼지연 시찰 내용이 이제야 현지 간부들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며 “11일 아침, 삼지연 비행장에 내린 김정은은 동행한 간부들과 곧바로 포태산에 있는 호위사령부 스키훈련장을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호위사령부 스키훈련장은 평소 간부들의 접근도 허용되지 않았던 곳”이라면서 “이곳에서 오전 시간을 보낸 뒤 (김정은은) 11일 오후에 삼지연시로 이동해 백두관(박물관)과 봇나무동호텔, 베개봉 체육촌을 돌아보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백두관에 들려 호위사령부 스키훈련장을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철도 노선을 삼지연비행장과 무드봉까지 연장할 것을 지시하는 등 이때까지 김정은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며 “그러나 12일 오전, 새로 건설한 베개봉 호텔을 돌아보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베개봉 호텔의 식당과 회의실을 돌아볼 때까지 김정은은 기분이 좋았는데 객실을 보고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면서 “객실이 너무 작다는 것이 김정은이 화가 난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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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베개봉 호텔은 3성급 호텔로 5성급 호텔에 비해 방이 작고, 시설의 질도 낮다”며 “3성급 호텔을 많이 지어 한해 1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라는 것은 김정은의 2017년 지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호텔 객실이 왜 작은 지를 설명하려면 설계를 담당한 백두산건축연구원 담당자들과 준공검사를 맡은 국가건설감독성 담당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주변엔 동행한 간부들과 삼지연시 책임비서, 인민위원장, 상업관리소장밖에 없었다”면서 “이들은 (호텔) 건설과 아무런 상관도 없기에 객실이 왜 작게 설계 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던 김정은은 크게 화를 내면서 그 자리에서 객실을 넓히는 개건보수공사를 지시했다”며 “베개봉 호텔의 객실들은 3성급 호텔의 표준에 맞게 설계되어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데 김정은이 비상식적으로 화를 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김정은의 화풀이로 아무런 잘못도 없는 간부들이 무더기로 처벌받게 생겼다”면서 “김정은의 기분에 따라 순간에 영웅도 되고, 역적도 되는 것이 이 나라(북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처지라는 것이 (일부) 양강도 간부들의 탄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