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저지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제재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일부 해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의 안드레아 버거 수석 연구원과 쉐아 코튼 연구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이 이에 대응해 지능적으로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벽과 사다리: 최신 유엔 전문가패널, 북한 제재에 관한 보고서’에서 국제사회와 북한이 미로의 담장을 높이는 것과 이를 넘기위해 더 긴 사다리를 만드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버거 연구원과 코튼 연구원은 최근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이 최근 작성한 중간 보고서를 바탕으로 9년 째 이어지고 있는 유엔의 대북제재 효과를 평가했습니다.
연구원들은 북한이 제재로 받는 피해와 핵을 고집하는 의지와의 상관 관계를 이해해 대북제재 내용을 보강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재위원회는 대북제재의 목표를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도록 하는 핵폐기”라면서 이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 수위를 낮추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연구원들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순차적인 비핵화 움직임에 맞춰서 일부 제재를 해제하거나 수위를 낮추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버거 연구원은 합작회사(joint ventures)에 대해 모호한 제재와 국제사회의 이해부족,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제재 회피를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나라들이 있어서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효율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인과 외국인이 공동 대표인 합작회사는 제재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는 외국인이 거래를 주도하면서 제재를 회피한다는 설명입니다.
제재위원회의 전문가단 보고서에서 지목된 북한인과 말레이시아인의 합작회사가 전형적인 예입니다.
나미비아와 계약한 만수대 해외개발은 중국 큉다오 건설의 하청업체로 위장해 거대 동상 건립과 건설 작업을 하며 제재망을 피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의 추적으로 실체가 드러났다고 소개했습니다.
러시아 항구를 이용한 북한 석탄 수출도 제재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동원됩니다.
북한에서 석탄을 적재한 선박은 러시아 항구에서 하역한 뒤 북한으로 돌아가지만 잠시 후 두 번째 선박이 석탄을 다시 싣고 일본이나 한국의 목적지로 향하며 ‘러시아산’ 석탄으로 둔갑해 거래됩니다.
버거 연구원과 코튼 연구원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미로 속에 밀어 넣는 것이지만 출구를 제시할 때만 북한이 미로의 담을 넘을 사다리 찾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협조할 것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