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을 포함한 10여개 국가들이 유엔 내 미국의 독자제재에 항의하는 연합체 형성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러한 모임을 통해 제재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했습니다. 김소영 기잡니다.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이란 등 16개 국가들이 유엔 내에서 일방적인 무력 사용이나 제재에 반발하는 모임(그룹)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이 모임에 속한 국가들로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외에도 알제리, 앙골라, 벨라루스, 볼리비아, 캄보디아(캄보쟈), 쿠바, 에리트레아, 라오스, 니카라과,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 시리아, 베네수엘라가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이 11일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유엔헌정을 지키는 친구들의 모임(Group of Friends in Defense of the Charter of the United Nations)'으로 이름 붙여진 이들 국가 연합체는 "다자주의가 전례없는 공격을 받고 있으며, 이는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또 "지금 세계는 공동의 국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노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와 함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의 부과, 역사적 합의 및 다자주의 기관의 탈퇴를 포함해 고립주의적이고 독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일방주의에 대한 의지가 점차 커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Harry Kazianis)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국장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서한에서 일방주의적 무력과 제재를 사용하는 국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새로 들어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지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 국가들 대부분이 미국과 정치·군사적 갈등을 겪고 있거나 미국의 독자 제재를 받는 나라들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인권이사회, 이란 핵합의 복귀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고립된 북한이 이러한 연합체를 통해 다른 나라들과 함께 미국에 대항해 더 큰 목소리를 내길 희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 현재 북한이 가진 동맹국은 중국 하나이고, 친한 나라로 러시아 정도가 있기 때문에 북한은 어디서든 도움을 받길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제재나 무력사용을 약화시킬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국제적 지지를 가능한 한 모두 받으려고 할 겁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전에도 유엔 내에서 개별 국가나 여러 국가들이 사안에 따라 공동의 입장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이번과 같이 공식적으로 연합체를 형성하려는 시도는 이례적이라고 덧붙였 습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선임 연구원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모임에 속한 국가들은 자신들이 행하는 국제사회 규범과 질서를 위반하는 '악의적인 활동' 때문에 받는 제재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대북제재가 북한의 인권 탄압,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국제 사이버 공격 등 북한의 잘못된 정책 결정 때문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제재에 대한 북한의 항의 역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결국 북한 정권을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정책 변화만이 제재 완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유엔헌정을 지키는 친구들의 모임'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유엔 대변인실과 유엔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노르웨이, 미 국무부 측은 12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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