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북한 경제가 더 침체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북한의 경제적 위기는 결국 김정은 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협의회가 서울에서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이후 본격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3년째 지속되면서 그 동안 북한이 수출을 통해 국영기업 생산을 활성화시키고 경공업 기업을 현대화해오던 선순환 구조가 중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석기 연구위원은 “대북제재가 산업 부문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자본 및 설비에 대한 수입 통제” 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설비의 국산화를 강행하게 되면 경공업 부문 등의 설비가 질적으로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실제 올 들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공장 기계 설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브라운 교수 : 대북제재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던 공장 기게 설비입니다. 부품과 설비 등이 부족해지면서 어떤 공장들은 문을 닫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토론회에 참가한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북한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양 교수는 특히 돈주들이 향후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게 되면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투자활동에도 제동이 걸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국가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돈주들의 투자가 국영기업이나 국가사업에 끼치는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들의 경제활동 둔화는 북한 전체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출신의 현인애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는 대북제재로 북한의 특권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견해를 내놨습니다.
그는 북한 특권층이 모여 사는 평양의 집값이 최근 급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북제재로 수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외화가 부족해진 것을 그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현 교수는 이러한 경제적 위기가 단순히 경제 침체에 국한되지 않고 북한 당국,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이 그 동안 국가 경제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주민들을 동원해 자력갱생을 강조했지만 장마당과 같은 사경제의 규모와 역할이 훨씬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강제적 동원이 이전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김정은 시대의 가장 큰 경제적 변화로 북한의 계획경제 아래 민간 시장경제의 성장을 꼽았습니다.
양문수 교수는 민간 뿐 아니라 국영기업들의 시장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북한 정권이 정책적으로 시장을 수용하고,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공존을 도모하는 정책을 단행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국영부문 기업들이 돈주들과 경쟁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입니다.
현인애 교수 역시 김정은 정권이 경제부문에서의 통제를 감소시키고, 경제주체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무역, 시장 활동 등 돈벌이를 위한 활동 범위가 확대됐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