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성, 대북 사치품 수출로 4천 달러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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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엔 제재를 위반하고 대북 사치품 수출에 관여한 싱가포르 여성이 수 천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오는 29일에는 대북 사치품 수출에 관여한 또 다른 여성이 싱가포르 법정에 출두할 예정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싱가포르 여성 램 혼 랜(Lam Hon Lan)이 지난 21일 미화 약 6만 달러($59,248) 상당의 대북 사치품 수출 3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싱가포르 법원으로부터 4천 300여 달러($4,335)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싱가포르 영자신문 스트레이트 타임스(Straight Times) 등은 램 씨가 직장을 잃을까 두려워 이 같은 불법행위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습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사람 혹은 국외 거주 싱가포르 국적자의 대북 사치품 판매와 제공 등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위한 싱가포르의 유엔법(United Nations Act: Chapter 339) 위반이라는 지적입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램 씨가 스스로 인정한 3건 이외에 추가 기소된 총 40건의50만 달러 상당의 사치품 수출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램 씨는 싱가포르회사 SCN Singapore 직원으로 근무하던 2010년12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에 평양의 명품가게인 북새상점 등 4곳에 향수와 화장품 등의 사치품을 수출하는 데 관여했습니다.

앞서 싱가포르 경찰은 램 씨가 불법행위에 가담한 기간 신덕무역(Sindok Trading)과 로리치국제무역(Laurich International) 등의 행정업무도 담당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램 씨의 업무에는 대북 사치품 수출과 관련된 서류발급, 선적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싱가포르 법원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북 수출품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셜리 물리아완(Sherly Muliawan) 씨도 오는 29일 싱가포르 법정에 출두합니다.

인도네시아계 싱가포르 국적자인 물리아완 씨는 싱가포르 현지 회사인T스페셜리스트 인터내셔널 회사에 근무하며2010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총 79차례에 걸쳐 미화 435만 달러 이상의 대북 사치품 수출에 가담하고 이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고 싱가포르 경찰은 밝혔습니다.

물리아완 씨도 램 씨와 마찬가지로 북새상점 등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싱가포르 법원은 지난달 23일 북한 국적자 리현에게 미화 29만 여 달러의 대북 사치품 수출에 가담한 혐의로 4주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스트레이트 타임스 등 현지언론은 리현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4차례에 걸쳐 T스페셜리스트 인터내셔널과 SCN싱가포르에 사치품을 주문하고 자신의 아버지 소유의 북새상점에 이 물건들을 조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말레이시아국립대학의 한반도 안보 전문가 후추평 박사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2017년 이후부터 북한이 싱가포르 기업을 이용한 대북제재 회피가 쉽지 않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후추평 박사: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2017년 북한에 의한 긴장 고조 이후 북한의 불법활동을 더 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싱가포르에서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사치품 조달이 최근 몇 년 간 감소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가 자국에서 제재 품목을 조달하는 것을 돕고 있다는 인식을 받길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된 데 이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화염과 분노' 설전 등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압박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고 후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후 박사는 그러면서 싱가포르 당국이 지난 몇 년간 싱가포르 방문을 원하는 북한 국적자에게 입국사증 발급을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교수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2013년 5천900만 달러에 달하던 싱가포르의 대북 수출이 2016년에는 1천 200만 달러로 줄었고 2017년에는 9만 달러로 급격히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싱가포르의 대북 수출은 10만 달러 이하이고, 의약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