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북 관여 없다면 대북제재 유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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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미북회담 전제조건으로 대북제재 해제를 원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과 외교적 관여 없이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3일 북한이 미북회담 전제조건으로 광물 수출 허용, 정제유 수입 허용과 함께 평양 상류층 배급용으로 고급 양주와 양복을 포함한 생필품 수입 허용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3일 이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우리의 목표를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의 제안은 전제 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는 것으로 결국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We've made clear, we remain prepared to engage in diplomacy with DPRK toward our objective of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Our offer remains to meet anywhere, anytime without preconditions. Ultimately, we hope DPRK will respond positively to our outreach.)

대변인은 그러나 "미북간 어떠한 관여도 없는 한 유엔의 대북제재는 유지되며, 국제사회와 함께 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In the meantime, in the absence of any type of engagements, United Nations sanctions on the DPRK remain in place and we will continue to enforce them along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이에 앞서 국무부는 2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아세안 5개국 장관급 화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아세안 회원국들에게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며 미국 측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유엔안보리는 지난 2017년 8월 대북제재 결의 제2371호를 통해 북한산 광물 수출을 금지했고, 같은해 12월 채택한 2397호에선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상한선을 50만배럴로 제한했습니다.

이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미북간 서신 교환 등 연락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북측 반응에 대해 추가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다만 최근 남북간 통신선 복구를 환영하고 남북 대화와 관여를 지지한다며, 이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 달성에 필수적인 긍정적인 단계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또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언제 어디서든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말한 우리의 제안이 남아있다며,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에 달려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 국장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미북회담 재개 조건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한 것은 미국 측에 양국 협상 결렬과 대화 단절의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탠가론 국장은 또 북한이 구체적으로 명시한 광물 수출과 정제유 수입 허용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하는 주요 대북제재 품목인만큼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대한 어떠한 상응조치도 약속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첫 비핵화 조치에 대해 일부 제재 완화를 고려할 순 있지만 북한이 원하는 주요 품목에 대한 제재 해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입니다.

스탠가론 국장은 또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로 인한 심각한 식량 부족 상황에도 고급 양주나 양복 등 사치품 수입 허용을 원한다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대내적인 정치문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 총비서가 코로나 19 등으로 국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지도부의 충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치품을 제공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은 최근 동 연구소 화상회의에서 미국에 먼저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과 이에 대해 비핵화 조치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맞서는 미국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의 제재 완화 제공 전까지 대화에 나서지 않고, 코로나 19 대응 등 국내 상황에 집중하는 동안 미국에 대한 위협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테리 연구원: 김정은 총비서의 계산이라면 올해 남은 기간 코로나 19, 백신 문제 등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을 겁니다. 그 사이 북한은 대화 재개 때까지 협상 지렛대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사일 시험 등 도발로 돌아설 수 있는데 그것이 제가 우려하는 바입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