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국무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완화를 재추진하는 데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기존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에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민생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부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AP와 로이터 통신 등이 입수한 결의안 초안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가 2019년 추진했던 북한산 해산물과 섬유 수출 금지 해제와 더불어 북한 주민들의 해외 취업을 허용하고 남북 철도·도로협력 사업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새 결의안 초안에는 정제유 수입 제한을 철폐하는 조치가 추가됐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새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이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새 결의안이 채택되기 위해서는15개 유엔 안보리 회원국 중 9개국의 찬성표를 얻고,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중 어느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9년에도 두 차례의 비공식 회담을 갖고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지만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반대에 부딪쳐 공식적인 표결 과정에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국무부는 3일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추진하는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대한 미국 입장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유엔 안보리 내부 업무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제재에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위협적이고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기술을 확보하는 북한의 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제재 의무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the sanctions regime. We call on all UN Members to fulfill their sanctions obligations under existing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o limit the DPRK's ability to acquire resources and technology needed to advance its threatening and unlawful WMD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과 진지한 외교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관여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We continue to seek sustained and serious diplomacy with the DPRK and call on Pyongyang to refrain from provocations and engage. Our goal remains the complete denuclearl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이어 "우리는 북한의 인도적 상황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으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We remain concerned about the humanitarian situation in the DPRK and are working with allies and partners to address the situation.)
또다른 상임이사국인 주 유엔 프랑스 대표부 역시 3일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지지 여부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공식 논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프랑스 대표부 대변인은 다만 지난달 20일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아일랜드, 에스토니아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 을 참고하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성명은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시험 발사가 유엔 대북제재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과 북한의 제재회피 관련 문제 제기의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엄격한 제재 이행에 대한 의무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안보리 결의에 따라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탄도미사일과 기타 대량살상무기 및 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미국 연구기관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 연구원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중국, 러시아의 유엔 대북제재 완화 재추진과 관련해 미중러 간 갈등 상황 속에서 중국, 러시아가 대북제재를 이유로 북한과 함께 반미연대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 중국, 러시아는 미국 등이 반대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유엔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한 후 (미국이) 제재 완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는 식의 상황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국을 나쁜 국가로 몰아가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그동안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한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한국 정부가 여러 차례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했기 때문에 이번 중국과 러시아 측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입장차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그러나 과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때 대북제재를 완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중국 러시아의 대북제재 완화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