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주기술 개발, 체제수호·핵무력 고도화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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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우주국방과학기술과 국방력 강화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체제 수호, 핵무력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김정은 시대 우주개발과 시사점’을 주제로 내놓은 보고서.

변상정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집권 이후 체제 수호와 핵무력 고도화를 목표로 우주국방과학기술 발전,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른바 ‘우주력’(Space power) 가운데 군사적으로 이용 가능한 ‘하드 파워’(Hard power)에 주목해 이를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는 것입니다.

우주력은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주를 배경으로 한 활동을 수행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우주 관련 능력과 힘(Total strength and capability)을 의미합니다.

우주개발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측면은 ‘하드 파워’, 국가 및 정권의 우수성과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측면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변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김정은 총비서 지휘 하에 추진해온 우주개발이 ‘평화적 우주개발’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확보 등 군사적 이용 목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인 지난 2012년 우주강국 건설을 목표로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고, 이듬해 4월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우주개발국’을 신설하고 ‘우주개발법’을 채택했습니다.

이후 진행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과정과 한국 군 당국의 평가, 최근 위성사진에 ICBM 등 대형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 내 대규모 공사 현황이 포착된 것 등은 북한의 우주개발이 군사적 이용 목적이라는 점을 재확인시켜준다는 설명입니다.

최근에도 북한은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정찰위성 발사를 구실로 내세우며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했고, 그 직후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시험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6년 2월 이후 위성을 발사하지 않고 있는데다, 장거리 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는 고출력 신형 엔진 성능을 시험한 것이란 분석 결과를 당시 한국 군이 발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라는 분석입니다.

지난 2012년 ‘광명성’ 발사에 대한 유엔의 대북 결의 이후인 2013년 1월 북한은 위성과 로켓 발사, 핵실험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변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화성’ 미사일과 위성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북한이 독자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대북제재 등으로 공급이 끊기거나 부족해질 수 있는 장비를 수입에 의존하는 데서 탈피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1978년 옛 소련의 스커드 미사일을 분해해 설계도를 만드는 이른바 ‘역공학’으로 로켓 기술을 확보하기 시작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겸한 위성 시험발사에 성공해 로켓기술 자립 수준에 이른 것은 유례없이 빠른 것으로, 그만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입니다.

변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평화적 우주개발’을 구실로 탄도미사일에 사용할 기술을 시험하는 우주개발계획을 통해 장거리·다단계 탄도미사일 개발에 적용할 다양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우주개발법’과 함께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인 북한이 지금도 국방과학기술의 새로운 비약을 김정은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선전하는 등 집권 10년을 우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미국 군 당국은 현지 시간으로 22일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에 러시아, 중국, 북한 등 미군 전진기지 및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에 대응하는 우주군사령부를 신설한 바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