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체제를 비난하는 낙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보위당국은 범인 색출보다는 낙서 사건이 알려지지 않도록 주민들의 입 단속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사 여행으로 중국을 방문중인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15일 “우리의 체제나 당을 비난하는 낙서 사건이 여러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말 북-중 접경지역의 한 공중시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낙서가 발견되어 보위부 등 사법기관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보위 당국은 낙서 사건의 범인을 체포하는 것 보다 낙서 사건 소식이 주민들 속에 번지는 것을 막는데 더 신경쓰고 있다”면서 “그 이유는 이런 유형의 사건은 범인 체포가 쉽지 않은데다 범인 색출을 위해 소동을 벌리다 보면 낙서 사건이 일파 만파로 번지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우리 체제나 당중앙(김정은)을 비난하는 낙서 사건은 그 어떤 범죄보다도 엄중한 사건으로 우선적으로 범인 체포에 나서야 하는데 보위당국이 그러지 않는 것은 지금까지 발생한 낙서 사건들의 범인을 찾아내 체포한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라면서 “정치적으로 매우 엄중한 낙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주민들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지금까지 일어난 낙서 사건의 유형을 보면 돼지 몸통에 머리부분은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을 그려 넣고 ‘김 뚱보’라고 써놓은 것도 있고 노동당 대신 ‘조선 장마당 만세’라는 글귀를 써놓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김정은과 노동당을 조롱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신의주에 거주하는 한 화교소식통은 “조선 이곳저곳에서 체제 비난 낙서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범인을 체포했다는 소식은 거의 듣지 못했다”면서 “범인을 체포했는데도 밝히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건의 특성상 범인 체포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사건이 시끄럽게 불거지게 되면 보위당국은 범인을 반드시 체포해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면서 “이런 반당, 반혁명 사건의 범인을 잡아내지 못하면 관할 지역 보위원들은 철직을 당하거나 심하면 혁명화 교육이나 노동단련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낙서 사건이 발생하면 보위부 성원들은 우선 사건이 발생한 지역 주민들의 입막음에 주력하고 범인을 체포하라는 상부의 압박이 심해지면 무조건 남조선 안기부(국정원)의 공작 탓으로 돌리고 범인들이 외부로 도망친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즘엔 보위부 성원들도 배급을 받지 못해 전과 달리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면서 “보위부원들의 부인이나 가족은 장마당에서 장사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생활고로 인한 불만이 쌓였기 때문에 뇌물도 생기지 않으면서 골치 아픔 이런 정치 사건 수사에는 매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