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합참의장 “자위권 행사에 상부 지침 물을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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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승겸 한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일선 부대가 적 도발에 대한 자위권을 행사할 때 상부에 지침을 물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즉각적인 상응 조치를 주문한 것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승겸 신임 한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11일 한국 군 일선 부대 지휘관들에게 ‘자위권’을 행사할 때 상부에 지침을 묻지 말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김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이 도발했을 때 작전을 펼치는 것은 자위권에 따른 것이라며, “자위권을 행사하는 데 물어보고 말고 할 것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다면 어떤 것이 기존과 달라졌는지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며 “지금까지도 적이 도발하면 자위권을 행사해야한다는 점은 명확했고, 그렇게 훈련해왔기 때문에 ‘자위권을 제대로 정확하게 행사하라’는 것 이상 다른 말을 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북한이 도발해올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상부의 눈치를 보거나 주저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5일 취임 사흘 만에 첫 현장 방문 대상으로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예하 작전부대를 택했고, 이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다양한 도발에 대한 상응 조치를 즉각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 의장은 미사일전략사령부 방문과 관련해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며 “통상적으로는 최전선을 방문해 작전태세를 점검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차원의 메시지를 적에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얘기하는데, 한국이 가진 미사일 전력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적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고, 또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장은 이날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며 “군인은 적을 가정·상정해서 훈련한다”면서 “군인은 나라를 적의 위협, 도발, 침략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9·19 남북 군사합의와 관련해서는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북한이 두 차례 위반한 사례 외에는 특별한 마찰이나 충돌이 없었다”며 “그런 차원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에서 합참의장에 취임하며 ‘한국 군 서열 1인자’가 된 김 의장은 “대한민국 수호의 근간은 연합방위체제와 한미동맹”이라며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일 서해안에서 서해로 방사포 두 발 가량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한국 합참은 같은 날 오후 6시 21분부터 37분쯤까지 북한 방사포로 추정되는 항적들을 탐지했다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은 북한 군이 이달부터 하계훈련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 발사가 일상적 훈련이나 시험 발사, 무력시위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준락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북한 군이 7월부터 하계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집중호우와 코로나로 인해 일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관련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사가 한미 양국이 이번 주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 F-35A를 동원해 실시할 공중 연합훈련을 겨냥해 저강도 도발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 공군 F-35A 전투기를 한반도에 공개적으로 전개하는 것은 지난 2017년 12월 이후 4년 7개월 만입니다.

한편 한미는 다음 달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실제 장비와 병력 이동을 포함한 대규모 연합훈련에 나설 전망입니다.

한국 연합뉴스가 한국 군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 기간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를 실시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연합 대비태세 점검 및 확립 차원에서 야외 실기동 훈련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이 지난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됩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훈련 계획과 관련해 “아직 시기·규모 및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 간에 긴밀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 군이 하계훈련 기간 동안 부대 검열이나 대비태세 점검 등을 명분으로 삼아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