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당 전원회의를 통해 향후 미국과의 대치국면을 자력갱생으로 돌파하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충격적인 실제 행동’을 예고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하지만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한계선을 넘는 수준의 도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구호로 제시한 ‘정면돌파전’이 과거 핵·경제 병진노선으로의 회귀나 즉각적인 대미 강경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2일 열린 ‘전원회의 분석과 전망’ 토론회에서 ‘정면돌파전’의 기본전선은 어디까지나 경제이며 정치·외교·군사적 수단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 '정면돌파전'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군사적, 외교적인 요소를 다 포함하는 것으로 군사, 외교, 경제의 삼위일체죠. 다만 공세적인 외교, 군사적 활동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자립경제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김 소장은 북한이 앞세운 ‘공세적 조치’는 그 자체로서 목적이 아닌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정면돌파전’이 핵·경제 병진노선으로의 회귀나 군사·안보적인 강경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북한의 ‘새로운 전략무기’도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부를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준의 고강도 도발은 아닐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 소장은 지난해 12월의 발동기 시험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에 ICBM을 발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이 ‘머지않아’라는 미래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 ICBM이 북한에 매우 중요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쉽게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 12차례의 시험발사를 통해 선보인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네 종류의 신무기 등을 고도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과거의 물량공세와는 달리 신형 단거리 무기로 효율적인 대남억제력을 가진 전략·전술을 펼쳐나가는 것을 북한군의 새 전략으로 만들어나가는 이른바 ‘북한식 국방개혁’을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도 같은 토론회에서 이번 전원회의 결과에 담긴 북한의 국제관계 핵심 단어로 ‘정면돌파’와 ‘자력갱생’을 꼽았습니다.
북한이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립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자력갱생’이라는 수단을 내세웠다는 분석입니다.
지금껏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제재 해제, 완화를 요구해왔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만큼 더 이상 제재 해제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겁니다.
황 교수는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립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이 단기적인 차원에서 충돌을 통해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 자력갱생은 결국 제재를 해제하지 않아도 북한이 대외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의미고, 이는 지난 1년 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원산·갈마지구 등 경제현장을 현지지도하며 보여준 모습에서 잘 나타납니다.
반면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통해 사실상 핵·경제 병진노선으로의 회귀를 시사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임 북한연구실장은 기존의 경제건설총력 집중노선이 핵과 전략무기 개발에 집중된 자원을 민생경제로 돌리겠다는 의미였다면, 전략무기 개발을 선언한 이번 회의결과는 이를 다시 군사 분야에 집중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습니다.
대북제재 등으로 북한 내부 자원이 더욱 희소해진 상황인 만큼 이에 따라 북한 경제가 일종의 비상관리체제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올해 1~2월이 한반도 정세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이날 ‘북한의 제7기 제5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분석’을 통해 북한이 우려했던 ICBM 발사 등 한계선을 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한반도 정세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미북 대화 교착 장기화 국면에서 핵 억제력과 내부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응집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은 기존의 ‘대북제재 해제와 비핵화 동시교환’이라는 입장에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대미협상에서의 전략변화를 예고한 대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전략변화가 비핵화의 범위를 북한의 비핵화에서 한국에 제공하는 핵억제력 제거까지 포함하는 ‘북한식 한반도 비핵화’로 이동시키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미북대화 중단이나 핵무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은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라며 전체적으로 절제와 신중함, 최대한 운신의 폭을 확보하려는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