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북 비핵화 협상 진전 없인 남북협력 가능성 낮아”

0:00 / 0:00

앵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방역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북 비핵화 협상이 풀리지 않을 경우 남북협력 재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방역 협력을 시작으로 남북 협력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북한에 방역협력, 철도연결, 개별관광,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 등 다양한 제안을 했지만 이에 대해 북한이 화답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을 진전되지 않고 있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찾고 있습니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리지 않을 경우 남북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미북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대남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북한이 한국 정부에 (미북대화가 결렬된) 책임을 일정하게 묻고 있는 상황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도 현재 북한이 한국 정부의 다양한 협력 제안에 호응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북한이 한국 정부로부터 얻어낼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를 통해 미국 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진행한 뒤 대북제재를 완화하려했던 북한이 이 같은 계획이 무산되자 더 이상 남북관계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는 겁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북한은) 한국 정부를 이용해 미국과 협상하고 이에 따라 비핵화를 구실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이뤄지지 않았죠. 결국 북한은 제재의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한국과 협력해 봐야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제안에 무반응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도 북한이 한국 정부에 미국에 얽매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방역 협력보다는 북한 경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남 소장은 "북한이 한국 정부의 다양한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을 과감하게 재개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남북 간 민족공조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청와대가 11일 언급한 4차 남북 정상회담 등 당국 간 회담도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김형석 전 차관은 "당국 간 회담이 성사되려면 먼저 민간 차원의 대북 접촉 등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가동 등의 순서를 밟아야 자연스럽게 당국 간 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남북 방역협력과 관련된 당국 간 협의는 지난 2018년 11월 7일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 이후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11월 전염병 유입과 확산 방지를 위해 정보 교환, 대응체계 구축 문제 등을 협의하고 기술협력 등 필요한 대책들을 세워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