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반도 긴장 고조...2017년 이상 ‘위기의 해’ 가능성”

0:00 / 0:00

앵커 :한국을 향한 공세적인 신년 메시지를 내놓은 북한이 올해 전술핵 탑재 가능 무기 등 다양한 수단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내놓은 ‘북한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분석 및 향후 정세 전망’ 보고서.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과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대 방침을 밝힌 북한이 올해 여러 종류의 전술핵 탑재 가능 무기를 동원한 공세적인 대남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습니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2023년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지난 2017년 이상으로 올라가는 ‘위기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7년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감행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연구진은 김정은 집권 이후 최장기간 진행된 이번 전원회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국방력 강화와 대미·대남 대적 행동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구체화한 점을 꼽았습니다.

특히 북한이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의 기본 중심방향으로 전술핵 다량 생산과 핵탄두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대를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미국과 관련해선 군사적 압박이나 한미일 3각 공조 본격화 등 실태를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한국을 향한 비난에는 군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연구진은 “북한이 연초부터 ‘전술핵’ 다량 생산과 배치를 과시하며 공세적으로 한국에 대한 맞춤형 대응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은 투발 수단 다종화, ‘핵탄두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대’는 연간 핵물질 생산에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지속적인 핵탄두 제작을 의미하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또 상반기에만 20여 개의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돼 있고 하반기에도 여러 차례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북한이 공세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특히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 쌍용훈련 재개 등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훈련이 잇달아 실시되는 만큼 전술핵 실전운용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연구진은 김일성 생일과 인민군 창건일이 있는 오는 4월 북한 정찰위성 실험이 예고돼 있고, 5월 히로시마 G7, 즉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전후로 무력시위를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7월 전승절에는 대규모 열병식 개최와 신무기 공개 가능성, 그리고 고위급 대표단 방문을 통한 북·중·러 연대강화 가능성이, 8월에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이, 9월에는 공화국 창건 75주년과 하반기 한미 공중연합 훈련 등 북한이 도발 구실로 삼을 만한 계기가 잇따를 예정입니다.

연구진은 “한반도 긴장과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도 전개될 수 있다”며 “문제는 북한의 ‘강 대 강’ 정면대결, 공세적 무기개발과 한미 연합훈련 및 비례적 대응이 충돌하는 경우 순식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고, 자칫 오인 상황 발생시 국지전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대 위기의 고비는 한·미 연합훈련과 중·러 연합훈련, 북한의 도발이 겹치는 순간”이라며 지난해 9~10월, 12월 21~29일 감행된 북한의 도발과 무인기 영공 침범 등이 모두 한·미, 중·러 훈련이 겹치는 시기에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도 한·미, 중·러 연합훈련이 여러 차례 예정돼 있는 만큼 북한이 이 시기에 맞춰 훨씬 공세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도 2023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도발이 올해도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는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구진은 북한이 중·러와의 연대 속에서 스스로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시키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상쇄할 수 있는 지원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한편, 추가 핵실험 등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추가 핵실험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ICBM의 탄두 재진입 능력 검증 등 아직 선보이지 않은 전략무기가 남아있는 만큼 올해 초부터 이들을 노출시키며 자신들이 완전한 핵능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 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이 같은 목적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구진은 또 북한 내 경제난 가중과 감염병 재확산, 수해 및 홍수 등 자연재해가 겹칠 경우 인도적 비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경우 주민들의 불만을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 내부결속을 위한 도발행위는 북한 당국에 매우 유용한 수단일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라도 북한이 핵·미사일 무력시위라는 수단을 일상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