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 불변의 주적”...전문가 “북, 체제경쟁 패배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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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에서 한국이 불변의 주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체제경쟁에서 패배했다고 판단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16일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전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헌법에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고 명기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는 한국을 완전 점령ㆍ평정ㆍ수복하는 것 또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총비서는 또 헌법에 있는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되어야 한다며 다음 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반영해 헌법 개정을 심의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한반도 정세가 굉장히 긴장상태가 높다는 것을 나타내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갈등을 유발하고 대북 타협ㆍ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2017년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며 자신들에게 관심이 주목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고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에 대해서는 하반기부터 관련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최근 강한 표현을 동원하고 있지만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게도 대사변을 일으킬 능력은 제한되어 있다”며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한국 측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으면서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발을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도발의 수위가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대규모 교전보다 낮을 것으로 바라봤고 한국 정부를 향해 감시정찰 능력 강화, 한미 확장억제 강화 등 대북억제 능력을 지속 강화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지금 일단 한국의 4월 총선을 겨냥한 메시지들을 계속 보내고 있는 것이고요. 아직 당장 미국 대선까지 보고 있다고 보기는 그렇지만 마치 2017년 그랬던 것처럼, 그 효과를 바라고 있다고도 봐야 되겠죠.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자기네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거예요.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한두 명 정도가 다치고 그러면서 한국 사회 내에서 논쟁이 발생하고 자극을 받고.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 보유국으로 승인을 받으려는 의도를 갖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 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내부적으로 경제력ㆍ군사력 등 모든 면에 있어 체제경쟁에서 패배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통일을 추구하는 정책을 고수하다가는 자신들의 체제 위기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며 북한 사회 내 한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고 한다는 설명입니다.

오 연구위원은 하지만 북한의 시도가 성공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자유, 경제적 번영을 원하는 북한 주민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한민족이라는 생각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며 북한의 움직임에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어떤 북한체제 약화를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인 남북관계의 노선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돼요. 한민족이 같은 민족이라고 하는 생각 자체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정책은 반드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에게 한국 국론을 분열하려는 의도, 내부결집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에 동의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대남기구 정리에 속도를 내는 것과 관련해 “한국과의 교류 협력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문 센터장은 “그렇다고 김정은 총비서가 (한국의 친북 세력이 혁명을 일으킨다는) 통일전선 전술을 포기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한국의 국론 분열을 부추기려는 시도, 간첩남파 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김 총비서가 신냉전이라는 안보상황을 100% 활용하고 있다”며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행보가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와 관련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김정은으로서는 지금 신냉전이라고 하는 안보 상황을 아주 100% 악용을 하고 있어요. 김정은의 이런 판단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정상적인 국가로서 주민들을 제대로 살게 만드는 것하고는 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죠.

한편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북한의 행동 배경에는 체제에 대한 불안감, 자신감 결여,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의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또 “대북제재, 코로나 등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는 수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한국 사회 분열을 조장하려는 심리전의 일환으로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의 헌법 개정(명령)은 북한 체제 패배 선언과 다름없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