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두 국가론’ 놓고 “공세적” vs “수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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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두 국가론'을 제시하는 등 대남정책을 전환한 데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평화외교포럼과 북한대학원대학교,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1일 국회에서 개최한 ‘북한의 두 국가 관계 선언과 한반도 군사 위기’ 토론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말 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유사시 남조선 영토평정을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에 전쟁시 한국을 완전 점령ㆍ평정ㆍ수복해 편입하는 문제를 반영하고 ‘자주ㆍ평화통일ㆍ민족 대단결’ 표현은 삭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토론회에 나선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대남정책 전환에 대해 다소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발표에 나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감이 아닌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공세적 조건부 전쟁불사론”이라고 바라봤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이 긴밀해진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통해 대북제재를 풀지 않고 한국과 협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바라봤고 지난 당 전원회의에서 인민경제전반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발표도 전부 거짓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이 단순한 안보 차원을 넘어 경제, 제재 등 국익과 연계시키며 강경한 군사대결 원칙을 견지한다며 핵무기를 활용한 대외위협은 더욱 잦아지고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북러 관계 등을 통해 자력갱생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북한이 남쪽하고의 지원, 협력을 받지 않더라도 미국과의 제재를 풀지 않더라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2023년에 가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공세적 조건부 전쟁 불사론이라고 분석합니다.

토론에 나선 김갑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공세적인 조치가 주인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초강경 대남정책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이른바 신냉전 대립구도 아래 대북제재가 무력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면돌파전을 선포한 북한의 목표는 ‘핵 대국’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 한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갖고 미국을 압박해 핵보유를 인정 받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 ‘핵 대국’을 자처하는 북한이 이제 자신들의 안보를 미국에게만 보장 받는 것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에게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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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나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RFA PHOTO

반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대남노선 전환은 체재경쟁에서의 실패를 인정한 수세적 성격”이라고 바라봤습니다. 북한이 기존 통일방안인 고려연방제가 실현되면 남북 간 교류로 인해 이른바 한국의 ‘괴뢰문화’가 유입되는 등 오히려 체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기존 통일방안을 두 국가론으로 대체했다는 설명입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이 한국과 ‘대적 관계’를 선포하며 한미일 협력에 대응하는 북중러 진영 구축을 시도하려고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북한의 대남노선 전환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오는 8월 한미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에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핵 작전 시나리오 훈련이 이루어지기로 결정되는 등 한미 확장억제가 강화되며 북한의 핵 능력이 제한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 총비서의 ‘두 국가론’ 제시로 인해 미수복한 남조선을 회복한다는 기존 ‘통일전쟁’의 근거가 상실되었고 더 이상 경제난 등의 이유를 분단체제로 돌릴 수도 없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이것은 자기 방어적 패배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의 국력차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매우 방어적 성격, 수세적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리하고 현실성이 없는 민족개념 통일방안을 포기하고 두 국가론으로 대체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지난 16일 한국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 근저에는 체제에 대한 불안감, 대남 자신감 결여, 자유민주주의 체제 흡수 통일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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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의 모습. / RFA PHOTO

한편 이날 또 다른 발표자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말 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유사시 남조선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를 언급한 것 등과 관련해 김 총비서가 무력 통일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양 총장은 또 김 총비서가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에 대해 “일방적, 반민족적, 반평화적, 반통일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한국 측과 한 번의 논의 없이(일방적), 반만 년의 한민족 역사성을 분단 80년으로 뒤덮으려고 했으며(반민족적), 무력 통일을 상상하고(반평화적), 두 국가론의 영구 고착(반통일적)을 추구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두 국가론'에 대한) 평가는 일방적, 반민족적, 반평화적, 반통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김정은 위원장이 방어, 반격, 통일대전 등 단계적 군사 전략 속 무력 통일의 꿈을 가졌다고 한다면 빨리 포기하는 것이 광기로부터 벗어나는 길일 것입니다.

이밖에 양 총장은 빠르면 북한이 오는 4월 한국의 총선을 앞두고 최고인민회의를 다시 개최할 수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북한은 다음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한국이 ‘제1 적대국ㆍ불변의 주적’이라고 명기하고 ‘자주, 평화통일’ 등의 표현을 삭제하는 문제를 심의(헌법 개정)할 것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