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에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제안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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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3일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동북아 군비경쟁과 한반도 안보 협력’ 보고서.

보고서는 “정부가 남북 간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한반도 안보 궁지(딜레마)를 완화함으로써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전략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남북이 상호 위협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거치며 안보 궁지(딜레마)를 심화시켜왔고 결국 누구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앞으로도 북한이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비롯한 군사력 증강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한국의 윤석열 정부 역시 첨단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군사적 증강을 추진할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한반도 내부의 안보 궁지(딜레마)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을 떼기 위해서는 평화정착에 관한 찰스 쿱찬(Charles Kupchan)의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국제관계 교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고문을 지냈으며 화해가 이뤄지기까지 일방적 양보, 호혜적 자제, 사회 간 통합, 정치적 내러티브 발생 등 4단계를 거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쿱찬의 조언에 따르면 총체적인 국력 측면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한국이 ‘명백하고, 값비싸며, 돌이킬 수 없는 선제적 양보’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할 경우 정치, 경제, 군사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며 재래식 무기체계의 군축 논의를 포괄적 구상 안에 포함시켰던 것을 주목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지난해 8월 17일):미북ㆍ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 무기체계의 군축 논의, 식량, 농업기술, 의료, 인프라 지원과 금융 및 국제투자 지원 등을 포함한 포괄적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담대한 구상에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언급이 포함된 것은 화해의 첫 단계인 ‘일방적 양보’와 맞닿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재래식 군사력을 중심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가 이뤄진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그 능력을 고도화하는 현실적인 이유 중 하나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향후 남북이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논의에 나설 때 양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한다면 진통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의 양적인 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재래식 군사력의 질적인 증강에 집중해오는 등 남북 재래식 군사력 사이에 비대칭적인 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은 한국에게 유리한 방식이며 동일한 수량을 감축하거나 동일한 비율을 감축하는 동수 감축 방식, 동률 감축 방식은 북한에 유리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엄격한 상호주의보다는) 유연하고 포괄적인 상호주의 원칙을 수립해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자체적으로 폐기 대상으로 삼는 구형 무기체계를 우선적인 감축 대상으로 설정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밖에 보고서는 “한반도 바깥의 동북아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한국은 가급적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외교를 통해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는 태도를 기본 입장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외부 상황에 강제로 연루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군사적 역량 발휘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이른바 ‘한반도 문제의 특수성’을 주변국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보고서의 연구책임자는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이며 이무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양정학 육군사관학교 교수, 공민석 제주대 조교수, 김규철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조윤영 한반도미래포럼 연구위원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