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한국이 더 적대국?” 의아한 북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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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북한에서 반제(반제국주의) 계급 교양의 주된 비난 대상은 미국과 일본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이 빠지고 한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작 주민들은 '한국이 그렇게 위험한 적대국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반제계급교양은 청년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착취 계급인 지주 자본가와 자본주의,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의식을 주입하는 사상 교양을 의미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10일 “최근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반제계급교양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3월에 들어 단천시에서 각 공장 기업소 종업원과 가두 여성 등 시내 주민들의 계급교양관 참관이 진행되고 있다”며 “거의 매년 반복되는 계급교양관 참관이지만 이번엔 좀 특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전에는 시 계급교양관에 전시된 사진, 그림, 언론 보도 등의 자료가 주로 미국과 일본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한국에 대한 자료가 새로 추가되어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합동(연합)군사연습을 하는 모습, 반정부 시위 모습, 반동 삐라가 담긴 풍선을 날리는 모습 등 지금까지 없었던 한국을 비방하는 사진과 신문 보도 자료들이 새로 전시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또 계급교양관 참관 시 “강사가 식민지 시기 일본이 저지른 만행과 관련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고 한국을 비방하는 내용을 한참 해설했다”며 “한국을 미국과 동일 선상에 놓고 첫째가는 원수라는 선전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북한의) 반제계급교양에서 주요 타도 대상은 미국과 일본이었으나 최근 일본에 대한 내용은 생략되고 대신 한국을 겨냥한 적대 교양과 비방 선전이 강화되고 있는데 이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최근 당국이 곧 군대에 나갈 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충성 교양과 함께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하는 계급교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3월 초부터 부령군 내 고급중(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군 혁명사적관과 구호문헌(김부자 찬양 글이 쓰여진 나무)을 참관하는 충성 행사가 연이어 진행되었고 9일에는 계급교양관 참관에 이어 인민군대 탄원 모임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탄원 모임에서 “청년들이 계급의 대를 굳건히 이어가는 복수자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특별히 강조되었다”며 “복수 대상에서 일본은 빠지고 한국이 미국과 함께 제일가는 주적, 철천지원수로 등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즘 ‘부모의 피는 자식에게 그대로 유전될 수 있어도 사상 의식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당국의 주장이 여러 기회에 자주 강조되며 젊은 세대의 사상 단속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어떤 사상 교양이나 선전도 한국을 동경하는 청년들과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02년 7월 평양에 중앙계급교양관이 처음 설치된 이후 각 도, 시, 군과 주요 기관 및 공장에 계급교양관이 만들어졌습니다. 북한에서 계급교양관은 미국, 한국 등을 단죄하는 반제계급교양의 거점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