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나타낸 문재인 한국 대통령 등 한국 측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30일 관영매체를 통해 한국 측을 비난하는 담화를 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지난 25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가리켜 "남북 대화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와 관련해 한국 청와대는 "유감이다"라며 "북한도 대화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며 "지금은 남북미 모두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면서 남북대화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어떤 순간에도 서로를 향한 언행에 있어 최소한의 예법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 측의 일부 표현이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나 기본적인 예의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어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담화의 언행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고 남북 대화의 흐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일관되게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미가 모두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담화 횟수나 수위 등을 참고하고 고려하고 있지만, 정세를 판단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북한이 담화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부분과 다른 요소들을 포함해 정세를 차분하고 면밀하게 지켜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담화에서 김여정이 현재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책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과 관련해선 "그동안 여러 출처를 통해 추정해 왔지만, 북한 매체를 통한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전선동부는 조직지도부와 함께 김정은 체제를 수호하는 북한 노동당의 양대 핵심부서로, 선전선동부에서 중책을 맡은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선전선동부가 조직지도부와 함께 북한 노동당의 양대 권력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여정 부부장의 위상과 특성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부부장이 최근 오빠인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이나 담화 발표 등 선전·선동을 주로 담당해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경우 북한의 모든 엘리트들에 대한 인사와 감시, 통제를 담당하는 등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최근 담화를 내며 활발한 선전·선동 활동을 해온 김 부부장에게는 선전선동부가 상대적으로 더 적합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이 직함에 구애받지 않고 사실상 선전선동부 전체를 지휘하는 이른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대남·대미 공세를 주도하는 역할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복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와 관련해선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입장 표명을 자제했던 북한이 정세 판단을 끝내고 공세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한미 연합훈련과 미 행정부의 대북 인권공세, 말레이시아의 북한인 미국 인도 등으로 인해 한국과 미국 등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외 환경 조성을 돕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에도 북한의 잇단 담화 공세가 있었던 점을 언급하며, 한 달 새 5번의 담화를 발표한 현재도 무력시위와 전술 핵무기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북한의 도발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김 부부장의 담화가 단순히 불만 표시로 끝나지 않을 것을 우려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 부부장이 지난 16일 담화에서 남북 군사합의 파기와 대남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 폐지 등을 시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남북관계를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되돌리며 그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병철 당 중앙위 비서와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등의 이름으로 이번 달에만 다섯 차례 대남·대미 비난 담화를 발표했고, 21일과 25일에는 각각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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