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천안함 폭침 직후 시행된 한국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5·24조치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5·24 조치가 남북 교류에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0년 3월, 한국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한 한국 해군의 1,200톤급 초계함인 천안함.
이 공격으로 천안함에 타고 있던 한국 해군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었고, 한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서 독자적 대북제재인 이른바 '5·24조치'를 시행했습니다.
5·24조치에 따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이 중단됐고,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과 개성공단·금강산을 제외한 방북, 그리고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가 불허되는 한편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지원 사업이 보류됐습니다.
5·24조치가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 째.
한국 정부는 20일 사실상 5·24조치의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됐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상기 한국 통일부 대변인: 5.24조치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지난 시기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쳤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 부분 상실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5·24조치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측은 이날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이는 5·24조치가 지난 10년 간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쳐 온 결과라며 향후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의 공간을 확대하고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0년 5·24조치 시행 이후 한국의 역대 정부는 남북관계를 둘러싼 여건에 맞춰 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예외를 인정해왔습니다.
조치가 시행된 바로 다음 해인 2011년 이명박 정부는 7대 종단 대표 방북을 계기로 비정치적인 순수한 사회·문화교류를 허용하고 투자자산 점검을 위한 개성·금강산 방북을 허용하는 등 5·24조치 유연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2013년 한·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합의한 나진·하산 물류사업을 5·24조치의 예외사업으로 삼았고, 2015년에는 문화·역사·스포츠 등 민간교류 지원과 지자체 사회·문화교류, 인도협력사업 확대 방침 등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운항을 불허하는 조치 내용에도 불구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92호가 한국 항구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5·24조치 10년 만에 처음으로 '실효성이 상실됐다'고 평가한 배경에는 이 같은 과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유연화와 예외 인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5·24조치가 공식으로 해제되거나 폐지된 것은 아닌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아직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5·24조치의 실효성이 상실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5·24조치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조치였는데, 이를 고려할 때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그러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신 센터장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가 있기 전에는 제재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미국 행정부의 입장이라며 이는 한국 정부의 결정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취한 방향이 미국 측과 상충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5·24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 측 발언해 대해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제재 해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