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긴장고조 명분 쌓기 위해 계산된 행보”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시작을 비난하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11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평소처럼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시작을 비난하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11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평소처럼 바리케이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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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부터 한미연합훈련 중단 압박 그리고 연이은 비난 담화에 이르기까지 최근 북한이 보인 일련의 행보가 한반도 정세 긴장 고조의 명분을 쌓기 위한 계산된 조치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일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지 2주 만에 이를 단절한 북한.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한반도 정세 긴장 고조의 명분을 쌓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에 나선 7월 말은 이미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 일정을 조정하기에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통신선 복원이라는 북한의 유화적 조치에 한미가 연합훈련을 강행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이에 대한 북한의 도발 등 강경 대응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서 북한이 일종의 명분 쌓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미 간의 공조도 흔들고 남남갈등도 유도하는 한편 대화 재개 이후 확실하게 협상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자신들의 무력시위나 도발을 정당화하는 면도 있다라고 판단됩니다.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엄청난 안보위기'를 경고하는 등 대남 군사적 조치를 취할 계획을 암시한 바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이와 관련 북한이 전술핵 개발을 위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또는 남북 간 9.19 군사합의 무력화를 위한 해안포 사격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통신연락선 복원, 한미연합훈련 비난, 대응 조치 예고로 이어진 일련의 조치는 대남 압박을 통해 대미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북한의 계산된 행보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홍민 실장은 과거부터 대남 강경 태도로 유명한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이 이날 담화를 발표하며 전면에 나선 것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고 대남 영역에 국한해서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한미연합훈련이라는 소재를 통해 한반도 정세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고 한국을 위협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미국을 자극해 핵 협상에서의 셈법 변화 가능성을 시험해보려는 의도가 짙다고 진단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한미연합훈련이) 남북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미를 압박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북미 협상의 주요 현안입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의 가장 상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연합훈련을 건드림으로써 남북, 한미, 북미를 다 건드리는 효과가 발생하고 미국에게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홍민 실장은 또 이날 김영철의 담화를 통해 전날 김여정의 담화가 당 중앙위원회의 위임에 따른 것임이 밝혀졌다며 이는 김정은 총비서의 의지와 승인이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의견이 아닌 북한 지도부의 의견으로서 일회성 비난이 아닌 지속적 대남 강경태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전술 유도탄,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킴스 등 신형무기시험과 같은 군사적 조치들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북 협상의 여지를 없앨 수 있는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은 감행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3월 예고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협력∙교류 기구 폐지 그리고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을 행동에 옮기며 금강산 시설물 철거, 접경지역 포문 개방, 비무장지대 내 초소 증설 등의 행동들을 단계적으로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서 전날 김여정 부부장이, 그리고 이날 김영철 부장이 연달아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지난해 6월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에도 김여정 부부장이 한국 내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자 이후 통일전선부 인사들이 김여정의 발언을 지지하는 담화를 발표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원한다면 북한도 최소한 핵 동결과 같은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