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립외교원장 “북 한미훈련 비난은 남남갈등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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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국립외교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비난 담화는 이른바 남남갈등 유도 전술일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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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익 한국 국립외교원장 /연합뉴스

홍현익 한국 국립외교원장은 12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비난 담화에 대해 "아주 교묘한 남남갈등 유도 전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홍 원장은 이날 한국의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마치 남북한 당국 간에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데, 북한으로서는 밑져야 본전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이 지난 10일 내놓은 담화에서 "한국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이라고 밝힌 이후 한국 정치권의 여야 간에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놓고 갈등이 빚어진 상황을 북한이 의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홍 원장은 북한이 "한미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의견차의 틈새를 파고들어 이간하고, 한국 내에서는 또 여당과 야당 간 의견 차로 이간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야당으로 하여금 정부를 흔들게 하고 이로써 남남갈등을 부추기면 북한으로서는 이득이라며, 지금은 한국 정치권이 뭉쳐 정부를 지지하면서 북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원장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담화에서 '엄청난 안보위기를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 무력 도발을 시사한 것일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1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몇 가지가 이제 예상이 되는데 가장 가능성이 큰 건 단거리 미사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체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거리 500km도 안보리 위반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심하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도발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 원장은 "이제는 한국이 더 이상 호의를 보일 필요는 없다"며 북한이 도발해오면 한미도 이번 연합훈련 기간에 대북 선제공격 훈련과 북한 안정화·점령 작전 훈련, 참수 훈련을 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군사 도발까지 예정하는 상황은 거꾸로 초조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 내부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키는 벼랑 끝 전술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사태 가운데 흉작에 이은 함경도 수해를 복구하느라 힘겨운 상황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이날도 한미 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한미 연합훈련은 수십 년간 진행돼온 연례 훈련으로 안보 강화를 위한 주권 행사의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감염병 상황을 감안해 훈련 방식과 규모를 축소한 점을 언급하며 북한도 이 같은 노력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윤 원내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사흘째 정기연락에 응하지 않고 한미 비난 담화를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남북 상호 간의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며,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일체의 행위가 일어나서는 안 되고 북한이 빠른 시일 안에 남북 간 통신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제1야당 국민의힘도 상근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의도가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한국의 안보환경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임이 너무도 명백하다며, 이를 상대하면서 대화 재개 요구를 반복하는 것은 남북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평화를 얻으려면 군사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굳건한 안보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이 대전제라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명확하고 굳건한 안보의지를 보여야 한반도 평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한미 연합훈련이 방어적 성격으로 적대적인 의도를 갖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 내 긴장 고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당사자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측이 지난 화요일 오후 마감통화부터 사흘째 통화에 불응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해온 것도 없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국 군도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통화가 사흘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도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한미 연합훈련 및 남북·미북·북중 관계 상황과 관련한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참석자들은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은 자제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조속한 대화 재개 등을 위해 유관국들과의 협력을 집중적으로 전개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