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외교부는 미국과 '담대한 구상'의 큰 방향에 대해 협의를 마쳤으며 향후 절차마다 긴밀히 공조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미국과 ‘담대한 구상’의 목표, 원칙, 큰 방향에 대해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미국 측은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의 길을 열겠다는 한국의 목표를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7월 20일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 5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등에서 미국과 ‘담대한 구상’에 대해 협의한 바 있습니다.
최 대변인은 부분적 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고 “향후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절차마다 긴밀하게 소통하고 공조해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최 대변인은 또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도 사전 소통을 실시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 :미국과는 '담대한 구상'의 목표, 원칙 그리고 큰 방향에 대해 협의를 마쳤습니다. 앞으로도 그 이행과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북한과의 실제 협상 과정에서 더욱 긴밀히 조율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덕수 총리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담대한 구상’은 미국 등 관련국과 협의해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총리는 정부의 입장이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전환한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정부는 항상 대화의 채널을 열겠다는 방침이었다”고 답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공개한 6개의 대북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큰 틀에서 계획이 완료되어 있다”며 “세부 계획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금까지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진행해 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는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ㆍ송배전 기반시설 지원,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북한의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병원과 의료 기반시설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지원 등 6개 사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밝힌 구상에 경제적 지원 외 군사ㆍ정치 분야의 협력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북한의 수요가 있는 부분을 우선 발표한 것”이라며 “군사ㆍ정치 분야의 상응 조치도 포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북 실무대화를 제안할지 여부와 관련해서 “일단 북한의 호응을 기다려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제의 여부는 앞으로 한반도 상황을 보며 검토해나가겠다”고 답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에 대해 한국 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현실성과 실용성을 갖춘 제안”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북한의 특성을 고려한 최선의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또 “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다소 완고했던 입장에서 벗어나 북한이 수용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 :과정 과정마다 대화라든가 협력이라든가 이런 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나름대로 현실성 혹은 실용성을 갖췄다고 볼 수가 있죠. 지금으로서는 좀 더 북한의 특성을 고려한 나름대로 최선의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반복적인 대결구도로 나아가지 않은 것과 기존의 선평화 후통일 원칙을 큰 틀에서 유지한다는 것 자체는 유의미하다”면서도 “실현 가능한 제안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열거했지만 과거부터 나왔던 내용들이고 북한이 ‘선 비핵화’라는 조건이 있으면 응할 수 없다고 밝혔던 프로젝트들”이라며 “당장 북한의 행동을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지난 30년 비핵화 논의의 핵심은 북미 수교를 고리로 한 북한의 안보 불안 해소였다”며 “군사ㆍ안보 분야에서 북한의 우려를 해소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만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 :기본적으로 '선 비핵화'라고 하는 기조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 지원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열거한 게 당장 북한의 변화와 행동을 불러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약간 좀 의문의 여지가 있는 거죠.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평가’ 분석자료에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비핵ㆍ개방 3000 구상과 특별한 차이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비핵ㆍ개방 3000은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에 나서면 대북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안에 3,000달러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북한이 거부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북한을 궁극적으로 전복의 대상으로 보는 상황에서 북한이 체제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무기를 포기할 리 만무하다”고 비판했고 “비핵화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시각에 단계적, 중장기적 접근도 결여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김정은이 ‘담대한 구상’에 당장은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담대한 구상’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 의원은 “김정은이 ‘담대한 구상’을 보며 초기 협상 과정에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며 새로운 하노이딜을 구상하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태 의원은 또 “‘담대한 구상’이 지금까지 나온 보수, 진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매우 균형적으로 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