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의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한 점은 환영하지만, 비핵화 과정의 이행과 검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재차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의 데릴 킴볼(Daryl Kimball) 회장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남북 정상회담 선언을 ‘역사적인 한 획’으로 평가하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향후 합의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킴볼 회장 : 중요한 것은 후속 조치입니다. 매우 어려운 비핵화와 평화협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킴볼 회장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는 것은 비핵화 협상에서 역사적인 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킴볼 회장 : 후속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비핵화 조치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과 핵실험 동결을 고착화하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킴볼 회장은 다음 비핵화 조치는 북한이 무기용 핵분열물질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검증이 가능한 핵실험 동결과는 달리 핵물질 생산 중단은 검증이 어렵고, 더 힘든 기술적 검증을 위해 북한이 국제사찰단의 방북을 허용해야 하는 등 민감한 단계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킴볼 회장 : 다가오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을 할 때 험난하고 먼 과정이 남아 있다는 걸 인식하고, 모처럼 희망적인 상황이 엇나가지 않도록 인내심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킴볼 회장은 미북 간 비핵화 개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협상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992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기반으로 협상에 나서는 한편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이전에 국제사회가 최대한의 대북 경제 압박 정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Institute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Security)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David Albright) 소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광범위하고 야심찬 남북 정상회담의 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단기간(2~3년)에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확고한 기반이 없이는 남북한이 핵과 각종 재래식 무기를 없애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추구하는 등의 다른 어떤 선언 내용도 ‘희망사항(Wishes)’에 불과하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이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며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 등 상세한 청사진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군축·핵비확산 담당 선임국장(Senior Director)을 지낸 존 울프스탈(Jon Wolfsthal) 핵위기그룹 국장은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을 뿐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를 행동으로 옮기고 세부사항을 협상하는 부담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