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전직 고위외교관들은 이번 평양공동선언상에 북한 당국의 숨은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전직 고위외교관들은 이번 평양공동선언상의 비핵화 관련 문구를 북한이 한국, 국제사회와는 다르게 해석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평양공동선언 5항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내용에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군대, 즉 주한미군을 내보내야 한다는 북한의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공동선언 5항에 향후 해석의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는 지적입니다.
비록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한국의 대북특사단에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은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조차도 “주한미군을 인정하겠으니 북한도 핵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겠다”고 간접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글을 통해 “북한은 종전선언부터 평화협정 체결까지의 과도기 동안 핵무기를 가진 국가의 군대가 한국에 주둔하면 북한도 핵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겠다는 것을 간접 시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남북은 지난 19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자”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콩고 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도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조건을 붙이며 시간을 끄는 과거 행태를 다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미북 간의 비핵화 대화가 다시 열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멈춰있던 미북회담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리는 정도의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 수레바퀴가 잘 굴러갈지, 다시 멈출지는 두고봐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전상 최고의 예우를 한 점도 주목됩니다. 북한으로서는 한국, 중국과의 관계만 개선하면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예우에 최선을 다했다는 겁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은 미북협상의 교착상태를 남북관계 진전으로 풀어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특히 최근 북한이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이번에 김정은의 행보가 파격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과거 김정일 위원장 집권 당시 열렸던 정상회담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입니다.
리설주 여사를 김정숙 여사의 일정에 동행시키고 문 대통령이 5.1경기장에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북한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정상회담이 진행된 것도 의미 있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고 부원장은 “김 위원장은 본인이 정상 국가의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