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회담이 열리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소식보다 자본주의 사상이 확산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더 강조하는 분위기인데요. 정상회담 개최의 당위성과 비핵화 의지를 주민들에게 설득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대북제재를 완화해 잘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도 나타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내부의 분위기를 일본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로부터 들어봤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북 지방거주 주민은 정상회담 소식 몰라, 관심도 기대도 없어
- 기업소∙기관∙학교∙인민반 등에서 정상회담 관련 해설 없어
- 자본주의 사상에 대한 경계 교육은 계속돼
- '북한이 핵 포기한다고?' 그럴 리 없다.
- 정상회담 열린다면 경제제재 완화로 잘 먹고살게 해줬으면
- 이시마루 지로 대표님, 남북∙미북 정상회담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상회담에 관한 소식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 북한 주민은 정상회담 소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에게 어느 정도 알려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물론 북한 주민 중에서는 많이 격차가 있을 수가 있죠. 평양에 거주하는 사람과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간부들과 일반 서민들 간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4월 10일 자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서, 간단한 표현이지만 '4월 27일 판문점 남쪽 시설에서 수뇌들이 만난다'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아주 간단히 소개만 했고, 아직까지 주민 대상으로 하는 기업소나 기관, 학교, 인민반 등을 통해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해설, 교양 사업 같은 것은 없다고 합니다.
물론 노동신문을 매일 보는 사람들은 '아, 남북 수뇌들이 만나는구나'라고 당연히 알죠. 그런데 제가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 협조자들에게 물어보면, '일반 주민은 남북회담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라는 반응들이었습니다. 제 생각은 아직 김정은 정권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주민들에게 어떻게 알려주고, 내용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가? 라는 것을 설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작년 말까지 한국에 대해서 '미국 제국주의의 추종자들이다'라는 식의 표현을 해 왔죠. 문재인 정부를 많이 비판했고요. 물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약간의 대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런데 바로 만나서 악수하고, '평화다, 협력이다' 하는 것과 관련해 "남측 대통령하고 만나 평화 분위기를 만든 것은 우리 김정은 장군님이다"라는 식으로 선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이 4월 25일이지만, 아직 북한 주민에게 정상회담, 그리고 비핵화 문제를 설득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고, 그 논리와 시점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24일 시점으로 직장이나 지역에서 진행된 정치학습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반면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사상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 분위기와 다른 모습인데,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에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작년 말부터 김정은 정권이 직접 비사회주의에 대한 투쟁을 주장하고, 자본주의 현상에 대한 경계, 그리고 투쟁에 들어갔습니다. 이것은 역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한국과 접촉이 많이 확대되지 않았습니까? 사실 남측 예술단이 북한에 갔었고요. 그래서 한국에 대한 정보가 유입되고, 예술단 방문과 같은 교류가 많아지고, 북한 매체를 통해 이를 홍보하니까 한국과 자본주의에 대한 기대감, 동경심 등이 동시에 확대되면 그것은 북한 정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죠. 그래서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교류를 확대하는 국면에서 동시에 내부 통제, 주민에 대한 사상통제,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경각심 강요 등을 동시에 진행하는 작업이라고 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의 유일영도사상에 관한 10대 원칙'이 비핵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이시마루 지로]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직 일반 주민에게 정보가 전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북한 사람에게 '비핵화에 대한 움직임이 있고, 국제사회가 그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하면 "너무 갑작스럽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북한 당국에서 십 년 이상 "핵 무력으로 미국 제국주의와 싸울 수 있고, 자위력, 즉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억제력이 필요하니까 꼭 핵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조선 사람들의 생명이다"라는 식으로 선전해오지 않았습니까? 이 때문에 핵과 미사일 개발과 연구에 엄청난 투자도 해 왔고, 많은 사람이 희생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설명 없이 비핵화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있을 수가 없다. 무슨말을 하는가?"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아직까지 '왜 비핵화를 해야 되는지' 이 시점에서 잘 이해가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당연히 북한 당국에서도 비핵화 방향에 대한 논리가 필요합니다. 왜 비핵화로 가야 하는지. 북한 당국에서 아직 주민에게 그런 정보를 전혀 주지 않고 있는데, 외부 소식을 듣고 정보를 접한 사람은 이해가 안 가고 이유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재미있는 것은 비핵화의 가능성에 대해 많은 북한 주민이 반발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너무 고생하고 희생도 많은 가운데 핵 무력을 가졌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는가?'라는 식으로 안 좋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핵과 미사일 개발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니까 '핵을 포기하면 경제제재가 풀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핵 개발을 중단하고 핵을 버리는 것이 인민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식의 엇갈리는 감정이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 북한 정권으로서는 국제사회에 비핵화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비핵화의 의미를 설득하고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인데요. 북한 주민도 대북제재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북한 주민으로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까?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시마루 지로] 아직까지 일반 북한 주민은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잘 모릅니다. 그러니까 남북 정상이 만나면 어떤 좋은 일이 있을까? 라는 것도 생각조차 못 하는 거죠. 그래서 무엇 때문에 만나는지, 목적이 무엇이고, 정상회담을 하면 주민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이런 것을 궁금해하는 거죠.
북한 일반 주민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잘 모르니까 기대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이죠. 그런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알려주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물어보니까 '경제적으로 일반 서민에게 이익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처럼 풍요하게 살고 싶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라는 추상적인 반응들이 많습니다.
- 경제제재가 풀려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매일 북한 주민과 접촉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경제제재 때문에 날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수출 산업과 연관된 지역,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어렵고요. 현금 수입이 많이 줄어들면서 살기 어려운 처지에 빠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경제가 악화할 경우에는 정부에 대한 불만, 당국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당국에서는 '제국주의로부터 사회주의가 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식 사회주의를 죽이기 위해서 경제 봉쇄를 하는 것이다'라는 설명은 북한 당국이 계속해 왔죠. 그래도 사람들은 경제가 나빠지는 것을 좋아할 리 없으니까, '그럼 사회주의를 버리면 되지 않겠느냐, 차라리 자본주의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역시 김정은 정권에서도 이를 매우 경계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네. 이시마루 대표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내부에서는 어떤 분위기인지, 북한 주민은 남북정상회담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 아시아프레스가 제공한 북한 주민과 통화 내용
이정희(가명), 함경북도 거주
('아시아프레스'는 이정희 씨의 의견이 북한 주민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서민층의 분위기로 봐도 좋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씨와 다른 복수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24일 현재 직장이나 지역에서 진행하는 정치학습에서도 남북정상회담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 27일에 남북회담이 있고 그 뒤 5월 말~6월경에 미북회담이 계속될 전망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이정희] 여기(북한)서는 모르지요. 간부들이나 아는지. 나는 당신이 알려줬으니까 알지요. 여기에서는 별것도 아닌 게 다 비밀이지요. 회담하면 한국에서 우리를 지원해 주는가요? 쌀이랑 들어오고 그러는가요?
- 인민반이나 여성조직, 기관 기업소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설명하는 교양 사업은 있었습니까?
[이정희] 인민반에서 '비사회주의' 그런 것 하지 말라고 회의를 하지요. 무슨 공장 기업소 같은 데에서도 똑같이 합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경각성을 높이고 불순분자들의 책동이 심하다고 신고체계 잘 갖추라고 하지,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 사람들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이정희] 여기 외화벌이(무역)가 경제제재로 다 죽은 상태라서…, 회담하면 지원이랑 받고 우리(서민) 사는 게 나아지겠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 우리에게 차려지는 게 있어야 어떻게 되겠는지. (정권의) 통제를 덜 하는 게 도와주는 거지요. 회담이랑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데.
- 미국 대통령에 대해 북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까?
[이정희] 음... 뭐랬던가, 이름이?
- 트럼프입니다.
[이정희] 응 맞다, 트럼프. 이름만 압니다.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요. 오바마 때랑 다르고 그놈은 '전쟁 미치개(미치광이)'라고 선전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더 아는 게 없습니다.
- 일본의 아베 총리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이정희]텔레비전으로 아베라고 들었을 뿐이지 구체적인 것은 모르고 일본 상품도 못 들어오고 이러면서 옛날보다 일본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상품 들어오고 그럴 때는 일본, 일본 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여기는 아직도 일본 중고 자전거를 더 좋아한단 말입니다. 자전거를 산다 하면 일본 것, 일본 것 그럽니다. 중국산이 그렇게 많아도 중국 것은 안 삽니다.
-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알고 있습니까? 당국이 뭔가 설명하고 있습니까?
[이정희] 핵을 포기한다고? 그런 거 우리한테 안 알려주지요. 우리나라에 핵이 없으면 놈들(미 제국주의)한테 열백번도 더 먹혔다고, (김정은) 장군님의 '핵병진로선'이 정확하다고 그렇게 선전했는데 그거 왜 포기하겠습니까?
- 비핵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이정희] 핵이 없으면 우리도 죽는다고 말해 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겠다고 하면 에이,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지요. 핵이 없으면 우리는 노예로 살아야 한다고, 핵 강국이라고 계속 말했는데 우리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고. 전쟁 나면 이제는 핵전쟁이지 않습니까. 그러면 너도나도 다 죽는 거니까 못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핵 포기를 안 하지요.
- 정권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이정희] 죽어도. (김정은이) 나 같더라도 포기 안 할 것 같습니다. (핵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힘들게 만들어놓고, 성공했다고 텔레비전에서 계속 나왔습니다. 자력으로 만들어서 성공했다고 하고는 이제 와서 포기하겠다고 하고, 우리(인민)에게 알려주지도 않고 윗대가리들이 알아서 하지요. 어쨌든 경제제재 받으니까 그거 피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실제 무슨 그렇게 하겠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핵무기를 버려서 만약 경제 제재가 풀린다면? 아니면 제재를 받더라도 핵무기를 갖고 미국과 대치하는 게 좋습니까?
[이정희] 우리 백성들이야 제재 풀리는 게 좋지요. 쓰지도 못하는 거 만들어서 뭐 하는지는 몰라도 맨날 그거 가지고 위협해서 앞으로 한국에서 쌀이랑 들어오겠는지 모르겠는데, (인민은)장사해 먹고 살지만, 핵은 (생계와) 상관없고 제재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개인 장사하는 것만 통제를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장마당에서는 무슨 핵 때문에 제재받는 거, 이런 것도 모른단 말입니다. (정보를) 다 막아놓으니까. 안 알려주고. (김정은의) 중국 방문 소식이 있었는데, (수출이) 다 막혀가지고 (시진핑과) 회견하려고 중국 갔다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러면 왜 제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일반 사람들은?
[이정희] 다 사회주의 고립 압살 책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라는 게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그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