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가 새해 들어 남북대화 재개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한국 측 메시지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해군연구소(CNA)의 사라 보글러(Sarah Vogler) 연구원은 미국 민간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가 21일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올해 남북대화 재개 전망이 어둡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인도주의 지원 등으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를 할 수 있지만 북한이 쉽게 응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입니다.
보글러 연구원은 최근 8차 당대회 이후 남북관계를 주도했던 김여정 제1 부부장이 부부장으로 강등된 것 역시 북한의 주요 안건에서 대남정책의 중요성이 낮아진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보글러 연구원: 김여정의 직위 변화를 강등으로 본다면 이는 대남정책이 뒷전(back scene)으로 밀렸다는 것을 뜻합니다.
미북대화가 활발하던 당시 최선희 제1부상, 리용호 외무상이 대미협상의 주요 핵심 인물이었다가 이후 강등된 것과 유사한 조치라는 게 보글러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지난해 6월 북한이 남북협력의 상징인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부터 신속한 남북, 미북대화 재개를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1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도 "미북대화와 남북대화에 새 돌파구를 마련해 평화의 시계가 다시 움직여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같은 날 한국 통일부는 지난해 단절된 남북 통신선을 복구하고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어 남북 합의 사항 이행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보글러 연구원은 또 북한이 신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집권 초기 주의를 끌기 위해 중·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여전히 미국과의 대화창을 열어두고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없애는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은 자제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날 화상회의에 함께한 로버트 칼린(Robert Calin) 전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분석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들어서고, 이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북협상 재개 가능성을 가늠하긴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칼린 전 분석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미북 정상회담이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결렬된 이후 현재 미북관계는 더욱 불확실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코로나 19, 즉 코로나비루스로 북한이 자발적으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와 소통이 더욱 단절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칼린 전 분석관은 그러나 시간이 지체될수록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서 신속히 미북 간 외교적 관여가 재개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싱가포르 합의가 미북협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칼린 전 분석관: 싱가포르 합의문을 토대로 각 조항들에 대해 낮은 단계(lower level)에서 논의를 시작한다면 진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칼린 전 분석관은 또 최근 북한이 개최한 당대회에서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 등 군사력 강화를 강조한 점과 관련해 오랫동안 이어진 북한의 수사적 표현일 수 있다며, 성급한 분석에 앞서 당분간 북한의 행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