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27일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담은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으로부터 이번 선언의 의미와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노재완: 안녕하세요?
전성훈: 안녕하세요.
노재완: 남북 정상이 11년 만에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는데요. 먼저 총평 부탁드립니다.
전성훈: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에서 '잃어버린 지난 11년의 시절을 복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한국의 보수정권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데요. 결국 지금의 남북관계를 노무현 대통령 시절로 돌려보겠다는 겁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합의했던 10.4공동선언을 다시 이행하는 것부터 시작해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북한의 기본적인 생각과 전략이 이번 문건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완: 가장 큰 관심은 핵심의제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인데요 비핵화 관련한 합의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전성훈: 사실 한국 정부도 밝혀지만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비핵화, 즉 북한의 핵폐기였습니다. 그런 중요성을 비춰볼 때 이번 합의는 여러 부분에서 실망스럽습니다. 핵심의제라고 밝힌 만큼 사실은 비핵화 내용이 합의문 제일 첫 번째에 등장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합의문에는 제일 마지막에 나옵니다. 또 비핵화에 대한 합의 내용도 기존에 나왔던 것보다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비핵화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북한과 한국, 북한과 미국 간의 여러가지 논란과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한의 핵폐기라는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를 우회해서 비켜나가는 식으로 합의된 것 같아서 앞으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노재완: 비핵화와 관련해 선언문에는 '합의'가 아니라 '목표 확인'이라고 적혀 있는데요. 이는 미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렇게 봐도 될까요?
전성훈: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북핵 문제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고 한국 국민입니다. 그래서 한국정부가 최대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판문점 공동선언을 보면 마치 남북이 함께 뭔가를 해야 하는 식으로 그렇게 표현이 돼 있습니다. 그것 자체가 비핵화의 본질을 흐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노재완: 남북이 이번 합의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키로 함으로써 65년간 지속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띤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전성훈: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2007년 10.4공동선언이나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도 나와있습니다. 이런 모든 상황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시 6자회담에서 합의됐던 사항들입니다. 문제는 그러나 10년 전 대한민국의 안보상황과 현재의 안보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 당시만해도 북한이 핵실험을 한차례 밖에 실시 안했지만 그 이후 5차례나 더 실시했고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능력까지 거의 구축한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10년 전에 합의한 문건에 기초해 이와 거의 유사한 수준의 합의가 도출됐다는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상황에 대한 문제 인식이 상당히 떨어지는 게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노재완: 일각에선 비핵화 기간은 정하지 않은 채 평화체제 관련한 기간을 설정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전성훈: 사실 종전선언이라든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북한이 핵을 쥐고 있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정전협정을 대체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들 핵을 가진 북한과 상대하는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전세계의 어느 나라가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구축됐다고 지지하겠습니까? 결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고 종전선언을 비롯한 그 모든 것이 북한의 핵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므로 앞으로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재완: 올 가을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는데요.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기틀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남북관계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전성훈: 남북 정상회담은 사실 수시로 언제라도 만날 수 있도록 정례화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모든 정상회담의 기본적인 목표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라 볼 때 한국 정부가 북한의 전략과 선전선동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남북대화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10.4공동선언을 비롯한 과거 북한과의 여러 합의가 한국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이유가 이른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합의가 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 원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