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당국이 항일빨치산들이 즐겨 불렀다는 '자유평등가'를 금지곡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촉구하는 이 노래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저항의식을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중 국경지방을 통해 연락이 된 내부 소식통은 "며칠 전부터 중앙에서 자유평등가를 부르지 말라는 지침을 청년동맹과 각 사회단체조직에 하달했다"며 "이젠 빨치산들이 즐겨 부르던 혁명가요 마저 부르지 못하게 됐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보안당국은 노래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저항의식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혁명가요까지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탄했습니다.
자유평등가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빨치산 시절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유격대원들에게 보급했다는 노래로, 1970~1980년대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주도로 제작된 혁명영화들에 등장해 주민들에게 널리 보급됐습니다.
노래가사는 "사람은 사람이라 이름 가질 때 자유권을 똑같이 가지고 났다"며 "자유권 없이는 살아도 죽은 몸이니 목숨은 버려도 자유는 못 버려"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부르기 쉽고 보급도 쉬운 계몽가요입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 노래는 평양과 함흥시 등 북한의 대도시 중학생들과 대학생들 속에서 애창되기 시작했고, 북한당국이 급기야 이 노래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 노래에 대한 금지조치는 최근 외부 세계에서 장마당 세대, 즉 10~20대들이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추동 하는 세력이라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소식통은 "이미 북한에서는 봉건제도의 부패함을 폭로하고 양반계급에 대한 증오심을 촉구한 영화 임꺽정의 주제가는 '금지곡'으로 지정됐었는데, 혁명가요까지 막는 것을 보면 김정은 정권의 다급함을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2013년부터 북한 보위부가 황색바람 차단조치를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가운데, 이미 북한내부에서는 한국 드라마 주제곡들이 금지곡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금은 항일빨치산 계몽가요로 확대되는 분위깁니다.
3년 전에 함경남도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20대의 탈북자는 "한국 드라마는 장진군과 같은 산간벽지에도 널리 퍼졌다"면서 "젊은 세대들 속에서 한류확산은 막을 수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또 다른 탈북자도 "김정은 정권이 얼마나 바빠 났으면 혁명가요까지 부르지 못하게 하겠냐"며, "할아버지를 흉내 내는 김정은이 할아버지의 업적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된 행동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