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CIA 분석관 “북 ‘대미협상국’ 신설은 대화의지 표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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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오는 10일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합니다.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의 의제와 미북 비핵화 대화의 방향 등에 대한 전망을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으로부터 들어봅니다. 대담에 양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코로나19사태 속에서 북한이 수백 명의 대의원이 참가하는 회의를 개최하게 되는 것인데요. 법률 제정, 예산 심의나 의결, 그리고 국가직 관련 인사와 정책 결정 등 최고인민회의의 역할 중에서 이번에 어떤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수 김 분석관: 현재 전 세계 지도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코로나19입니다. 북한은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의 국경봉쇄와 그로 인한 중국 등과의 무역 중단, 평양종합병원건설 독려 등 북한 주민들에 대한 수사(rhetoric)로 미뤄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이 의심됩니다. 이같은 위기를 북한 의료체계가 지탱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북한 정권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내부 결속을 위해 주민들에게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everything is under control)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것입니다.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코로나19에도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한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며 정면돌파를 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밝힐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외교 협상이나 국제사회로부터의 인도적 지원의 여지는 남겨둘 것입니다.

기자: 북한 언론보도에 최근 대미협상국이 신설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따라서 이번에 미국을 향한 어떤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수 김 분석관: 코로나19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 미국 국내 문제로 북한과의 협상이 미국의 정책 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것을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미협상국이 신설되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이유는 지난달 단거리미사일 실험에 나선 것과 같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죠. 미국에 직접적으로 큰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함으로써 국제사회가 북한의 존재를 잊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굳이 대미협력국장 명의의 성명을 언론을 통해 밝힐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시에 북한 지도부 등 내부적으로도 미국과 실무급 대화 등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걸 알리는 의도도 있을겁니다.

기자: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는 등 두드러지게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는데요. 앞으로 김 제1부부장이 미북 관계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수 김 분석관: 김정은 위원장은 혈족으로 매우 가까운 자신의 여동생의 입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해 미국이나 한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마음대로 거친 표현으로 비난하고, 그 책임도 전가할 수 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이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 미국에 압박을 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하지만, 미북 협상이 재개된다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같은 오랜 협상 전문가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봅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협상을 주도한다면, 북한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미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는 암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북한이 미국의 '한계선'을 넘어서는 '새로운 길'을 가려한다면, 미국과의 협상의 문은 완전히 닫히게 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부여할 역할을)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자: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가 몇 개월간 지속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으로부터 비공식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에 대한 도발의 수위를 지난해 말 예상한 것보다 낮추면서 협상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수 김 분석관: 김정은 위원장은 도발이나 비난의 강도를 조절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지 못했지만, 그가 지금까지 들인 노력을 생각한다면,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처한 상황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이나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나치게 도발적 발언으로 향후 미북 대화나 식량 지원 등의 여지를 포기하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북한 관련 현안에 대해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양희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