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 혈맹 시리아 수교 추진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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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정부가 쿠바에 이어 북한의 혈맹이었던 시리아와 수교를 검토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리아 과도 정부의 성격이 드러날 때까지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표적 혈맹이자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를 몰아낸 시리아와 수교를 본격 검토하기로 했다고 11일 발표한 한국 정부.

한국 내 전문가들은 시리아와의 수교가 이뤄진다면 한국 외교에 큰 의미가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의 말입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유엔 회원국 가운데 북한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미수교국이 시리아고, 아랍권에서도 품격 있는 국가, 역사적 연원이 오랜 국가로 인정받아 왔기 때문에 중동 외교 차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으로 ‘신냉전 외교’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는 한국과 시리아 간 수교가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시리아는 중동에서 북한 외교의 거점입니다. 정치·외교·군사,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거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가 한국과 수교한다는 것은 김정은 정권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이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협력이 현재까진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쿠바에 이어 시리아까지 한국과 수교한다면 북한도 미국과의 대화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시리아 과도정부가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로 활동한 전력을 갖고있는 만큼 수교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놓았습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조직이 아직은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테러리스트’의 오명을 벗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시리아에서 우호적인 세력이 사라진 것 자체로 북한은 이미 타격을 받은 상황”이라며 이제부터는 한국 정부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것이 북한에게는 그나마 중동에서 우호적인 세력이 사라졌다는 것이고, 그 자체로 이미 타격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러시아가 알아사드 정권 몰락을 막지 못했다는 것도 러시아가 쇠약해져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 "시리아와 수교 검토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

앞서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 상황과 수교에 대한 관심 등을 알아보려 이달 초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했다며 “시리아 과도정부의 수교 관련 환영 의사도 확인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 당국자는 “수교를 위한 여러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수교 관련 검토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과도정부 외교장관이 “새로운 시리아는 한국과 새롭게 양국 관계를 수립하고자 희망한다”며 적극적인 의사를 나타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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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하프 아부 카스라 시리아 국방장관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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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는 북한을 제외하고는 유엔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수 년 동안 시리아에서 태권도를 보급하다 지난 2011년 내전 이후 귀국한 전상호 전 시리아 한인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모든 한국인들이 철수한 것으로 안다”며 “국제사회가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수교를 위해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시리아 과도정부와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한국 정부 대표단이 시리아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03년 이래 22년 만입니다.

북한의 또다른 우방국으로 꼽혀온 쿠바도 지난해 2월 14일 미국 뉴욕에서 한국과 외교관계 수립을 전격 발표한 바 있습니다.

양국은 같은 해 4월 상대국 수도에 각각 상주공관을 설치하는 데 합의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한 끝에 지난달 쿠바 수도 아바나에 한국대사관을 열었습니다.

최근 주한대사가 부임하는 등 대사관 정식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쿠바도 올해 1분기 안에 한국 공관을 열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