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김정은과 닭공장 시찰...후계자 지위 굳어지나

북한 관영매체는 8일 전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딸 김주애가 황해북도 황주군 광천 닭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8일 전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딸 김주애가 황해북도 황주군 광천 닭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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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김 총비서의 닭공장 시찰에 동행했습니다. 김주애에 대한 북한 매체의 표현을 근거로 김주애가 후계자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재차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8일 전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딸 김주애와 함께 황해북도 황주군 광천 닭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생산 증대를 주문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앞서 지난 2020년 7월 이 공장의 건설 현장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매체는 또 김주애의 동행을 별도로 가장 먼저 소개했고 김주애에 대해 “동행하시였다”며 높임말을 사용했습니다. ‘존경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김주애가 후계 수령의 반열에 있기 때문에 다른 간부들보다 먼저 소개했으며 높임말을 사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 전 원장은 이는 수령국가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호명 순서나 보도할 때에 존칭을 쓰거나 존경의 표시를 하는 그런 것들은 아마도 차기 후계 수령으로서의 지위에 맞는 호칭과 어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봐야 되겠죠.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도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분석자료에서 “1월 5일 관영매체에서부터 김주애의 동행 사실을 다른 고위 간부들보다 앞서 별도로 소개하고 있고, (김주애에게) 다른 고위 간부들과 다르게 높임말을 사용하고 있다”며 김주애의 우월적인 지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밝혔습니다.

정 센터장은 이어 “새해 들어 김주애에 대한 호명 방법과 순서에서 과거보다 확실하게 ‘2인자’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올해 김주애의 우월적인 지위를 지속적으로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정 센터장은 또 “올해 들어 김주애 관련된 세 건의 보도 중 두 건이 비군사 분야라는 점을 고려할 때 김주애의 공개 활동 범위가 향후 얼마나 비군사 분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구병삼 대변인은 이날 정례기자설명회에서 “김주애가 군사활동이 아닌 경제 분야의 현지지도에 동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며 “민생을 함께 챙기는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구 대변인은 이어 “김주애의 동행 사실을 다른 간부들에 앞서 별도로 소개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고 언급하며 “후계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딸의 현지지도 동행과 관련해서 경제분야 현지지도는 역대 두 번째로 판단됩니다. 아마도 민생을 함께 챙기는 그러한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다만 김주애 후계자 가능성에 대한 신중론도 여전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주애 등장의 목적은 “4대 세습이 지속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 원장은 또 김주애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높아지자 북한에서 더욱 김주애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남 원장은 북한 매체가 김주애에 대해 높임말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김주애가 아니라 김정은 총비서의 다른 자식이었어도 마찬가지로 높임말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이 메시지는 뭐냐면 4대 세습이 지속된다 그러니까 충성을 하라. 조선왕조하고 똑같거든요. 그런 의미가 강한 것이죠. 김주애라는 아이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클릭수가 높아지니까 북한에서는 자꾸 이 아이를 활용하는 것이죠.

한편 북한 매체는 이날 김정은 총비서가 마흔 살 생일을 맞이한 것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인 4월 15일, 2월 16일을 각각 태양절, 광명성절로 기념하고 있지만 아직 김 총비서의 생일에 대해서는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이 20대 후반에 최고지도자가 된 상황에서 자신의 생일을 국가 주요 명절로 지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 전 원장은 “김주애가 어느 정도 권력을 장악하고 공동 통치할 정도가 되면 김정은의 생일이 주요 명절로 지정되고 이후 신격화된 김정은은 현실정치에서 좀더 물러나는 수순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