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한 데 대해 북한 당국자들도 놀란 모습이었다고 국제기자단이 전했습니다. 기자단의 원산 복귀와 함께 핵실험장 관련 영상도 공개됐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취재한 국제기자단은 미북 정상회담의 취소 사실을 24일 밤 원산으로 오는 열차에서 알게 됐습니다.
일본 NHK는 25일 영국 APTN의 라파엘 워버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워버 기자는 NHK와의 통화에서 “24일 밤 11시께 달리던 열차가 급하게 멈추면서 회사 상사와 전화가 연결됐다며 당시 상사로부터 미북 정상회담의 취소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제기자단과 동행했던 북한 당국자도 누군가와 전화하고 있었는데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된 사실을 알고 놀란 모습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국제기자단의 원산 복귀와 함께 핵실험장 관련 영상도 공개됐습니다. 영상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상에는 2·3·4번 갱도와 금속작업 공간, 생활시설, 군 막사, 관측소 등을 차례로 폭파하는 모습과 북한 핵무기연구소 성명 낭독 등이 담겼습니다.
영상 확인 결과 북쪽의 2번 갱도와 남쪽의 3번 갱도는 주 갱도와 가지 갱도 이중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특히 2번 갱도는 주 갱도에서 5개의 가지 갱도가 갈라져 나온 형태로 돼 있습니다.
핵실험이 실시된 바 없는 3번 갱도는 주 갱도에서 2개의 가지 갱도로 갈라졌습니다.
반면 동쪽의 1번 갱도와 핵실험이 실시된 바 없는 서쪽의 4번 갱도는 가지 갱도 없이 주 갱도로만 이뤄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2번 갱도에서 실시된 다섯 차례의 핵실험이 주 갱도에서 이어진 가지 갱도에서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돼왔는데 영상에 나온 핵실험장 지도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또 낚싯바늘 모양으로 구부러져 가장 안쪽에 핵폭발이 이뤄지는 기폭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북한이 공개한 지도상에는 직선으로만 그려져 있었습니다.
모든 폐기 작업이 끝난 뒤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직접 핵실험장 폐쇄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 : 임의의 시각에 위력이 큰 지하 핵실험들을 완만히 진행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이 국내 기자들과 국제 기자단에 의하여 확인됐다.
하지만 국제기자단은 폭파 작업으로 갱도가 어느 정도까지 파괴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래프 워버 AP기자: 폭발을 보는 것 외에 우리는 갱도가 파괴되거나 해체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실질적으로 많은 정보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선전 매체도 25일 핵실험장 폐기 사실을 주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3면 하단에 전날 밤 발표된 북한 핵무기연구소 성명 전문과 함께 핵실험장 폐기와 관련한 조선중앙통신 기사 내용을 그대로 게재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취재하고 원산으로 돌아온 외국 기자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원산 호텔에 머물고 있는 미국 CNN 윌 리플리 기자는 25일 자신의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를 통해 호텔 주변 경비가 강화됐다는 징후를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리플리 기자는 트위터에서 호텔에서 뭔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북한이 창문 밖을 보지 말고 호텔 안에 머물러 있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원산 갈마호텔에 체류 중인 외국 기자단은 26일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항공기 편으로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