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탈북민들 “2차 미북 정상회담 ‘인권’ 거론해야”

0:00 / 0:00

앵커 : 미국과 영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베트남 즉 윁남에서 열리고 있는 미북 2차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거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텍사스 주 달라스의 부시센터에서 북한인권 관련 일을 하고 있는 탈북민 조셉 김 씨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북한과의 이틀째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비핵화 합의를 설령 이룬다 하더라도, 북한의 참혹한 인권유린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협상에서 지는 것이라고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조셉 김 : 미국이 협상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꺼내지 않고서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루고자 하는 북한 비핵화 문제도 어렵다고 저는 생각해요. 인권문제에 있어서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 하는 것은 없지만 협상인지라 조금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씨는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장애인지원사업’ 등 북한이 덜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부터 북한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지난해 초 국정연설에 탈북민 지성호 씨 등을 초청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를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자유·평등·존엄을 갖는다는 미국의 가치를 증진하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또 북한 주민 10명 중 네 명꼴로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5세 미만 북한 어린이 10명 중 3 명 가량이 성장저하 상태이며, 북한 정권이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한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역의 대가로 벌어들인 외화가 북한 핵 프로그램을 위해 사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동부에 정착한 데보라 최 씨도 27일 새벽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생중계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실망감에 텔레비전을 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데보라 최 :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국무위원장)을 향해서 위대한 영도자가 될 것 같다 그런 말을 하는 데 대해 저는 너무 실망을 했고요. 위대한 영도자가 아니거든요.

최 씨는 수 많은 죄 없는 주민을 아사하도록 방치했던 김 씨 독재 정권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 지도자가 마치 정상국가 지도자인 것처럼 대우 받는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자행한 ‘숙청’이라는 인권 범죄를 수록한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한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도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힘 주어 말했습니다.

강 대표 : 아니 지금 못하는 인권 문제를 언제 (논의)할 수 있을까요? 북한 주민들이 다 죽임을 당한 후에 인권을 거론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불필요한 북한 봐주기라든지 북한을 이해하려고 하는 입장, 이런 것들은 사실은 미북 간의 신뢰구축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거든요.

강 대표는 북한에 아직도 존재하는 정치범수용소 등 만연한 인권 범죄 행위를 없애야만 북한이 정상국가 대열에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최근 미국 각 도시들과 영국 런던에서 자신의 북한인권 고발 영화 ‘사랑의 선물’ 시사회를 개최한 탈북 김규민 감독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관객들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김 감독 : 많은 사람은 영화를 보고 나서 "저게 진짜냐?" "저게 사실이냐?"고 놀라와 했고, 자신들은 미북 정상회담 때문에 뭔가 잘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 그 이면에서는 저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데 대해 정말 당황스럽다는 말을 많이 했구요.

영화 ‘사랑의 선물’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상이군인이 된 남편과 사랑하는 딸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한 여인의 고통스런 삶을 생생히 묘사한 작품입니다.

한편, 영국에서 북한인권단체 ‘징검다리’를 운영하는 탈북민 박지현 씨는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많은 영국 언론이 경쟁적으로 자신에게 관련 인터뷰를 요청했던 것과는 달리 2차 회담과 관련해서는 간단한 언급 이외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1차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신뢰성이 없어 차분하게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박 씨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