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②: 남북정상회담 전망] “남북, 구체적 비핵화 합의 어려워…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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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이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중대 전환점을 맞은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고 북핵 해법을 진단해보는 기획 보도를 네 차례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와 전망을 전해드립니다.

보도에 서울의 목용재 기자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발전 등 크게 세가지입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핵심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입니다.

이 비핵화 논의는 5월에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시험장이 될 것이라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다만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논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우선 한국 정부가 비핵화 문제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고 북한도 핵 관련 협상은 미국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한국 청와대는 3일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으로 타결한다는 큰 방향 외에 정리된 게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이 잡히고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전체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창수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지난달 21 일): 정상회담 진행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중재, 주선이라는 측면보다는 코디네이터쉽,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겁니다. 한국, 미국, 북한 이렇게 함께 가자는 겁니다.

최근 미북이 비핵화 방식에 대해 이견을 드러낸 점도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논의를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비핵화와 동시적 조치’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경계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기만 전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북한은 과거 비핵화 절차를 여러 단계로 잘게 나누어 이에 상응하는 보상만 취하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대북기조를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미북이 이견을 드러내고 있어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수 있는 비핵화 논의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 북한은 핵국가 지위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미북 대화, 중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논의는 안 될 겁니다.

이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합의는 ‘선언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남북이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해선 큰 틀에서만 합의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의제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남북은 큰 틀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방향성, 확고한 의지 정도를 합의할 수 있습니다. 남북 간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한 것은 인도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비정치적 사회·문화 교류 정도밖에는 없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북한 비핵화 회담이 ‘핵 동결’로 마무리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본격적인 비핵화·평화체제 회담의 시작 조건으로 ‘핵 동결’을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핵 동결 수준에서 비핵화 논의를 봉합하고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같은 북한의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숙 주유엔대사: 북한은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한 약속은 피하면서 핵 동결 또는 그에 이르는 단계를 미분해 협상에 임해왔습니다. 당시 (한미 등 국제사회는) 협상 절차가 지루하게 연장되는 바람에 거기에 함몰됐고 목표를 상실했습니다. 마치 핵 동결이 목표인 양 착시현상을 일으켰는데 이게 과거의 뼈아픈 실책입니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도 “북한은 미래의 핵을 양보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 받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핵무력 완성’과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북한의 ‘병진 노선’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당 중앙위 제7기 2차 전원회의와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병진 노선’을 꾸준히 강조해 왔습니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 자체는 원만하게 마무리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남북이 관계 발전과 관련한 의제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이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의제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서해평화협력 지대, 대북·대남 방송 중단, 비정치적이고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의 남북 교류 등이 거론됩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인 6명을 석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도 아마 그 정도의 선물은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국군포로나 납치자 등과 관련한 문제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 의제와 관련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민족 공조’를 강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차원의 사전 작업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나 중단 등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합니다.

북한 인권 문제도 정식 의제로 다뤄질 수 있을지 관심사입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 단체들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현재 거론되는 세가지 의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개선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북한이 민감해 하는 사안은 한국 정부가 거론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달 말 한국 내 30여 개의 북한인권 단체들은 청와대에 북한 인권 문제가 정상회담의 정식 의제로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이들은 “북핵 위기의 본질은 북한 주민에게 쓸 돈을 핵과 미사일에 퍼부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기획보도,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와 전망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북핵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를 역임한 김숙 전 주유엔대사와 함께 북핵 해법을 진단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