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연이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중대 전환점을 맞은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고 북핵 해법을 진단해보는 기획 보도를 네 차례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세번째 순서로 북핵 6자회담의 한국 측 수석대표를 역임한 김숙 전 주유엔대사와 함께 북핵 문제의 해법을 진단합니다.
김숙 전 대사는 본격적인 비핵화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핵물질의 반출과 같은 북한의 ‘가시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비핵화 검증을 위해 북한 과학자와 당국자에 대한 심층면접권 등도 담보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한미 동맹과 관련된 사안은 비핵화 회담에서 협상 조건으로 거론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도 강조했는데요.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김숙 전 주유엔대사로부터 북핵 문제의 해법을 들어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언급, 아직 CVID로 평가할 만한 근거 없어
-과거 이뤄진 북핵 합의 ‘재탕’은 위험하고 의미 없어
목용재: 대사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CVID를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김 숙: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이 갑작스레 방중했습니다. 북중 간의 정상회담이 있었는데요. 회담 결과를 보니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가 이뤄지면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는 살라미 전술을 의미합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은 지난 20년간 북한이 구사했던 전술입니다. 과거와 근본적으로 변함이 없는 셈입니다. 북한이 추구하려는 비핵화와 우리가 요구하는 비핵화가 같은 의미냐는 문제가 있는데요. 6자회담이 2008년 12월부터 지난 10여 년 가까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에서 현재를 봐야 합니다. 그 당시 북한은 6자회담을 거부하면서 '만약 이 회담이 다시 열리면 그것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북 간 핵군축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다르다는 겁니다. 우리가 당초 6자회담 과정에서 제기했던 CVID는 북핵무기와 핵프로그램 폐기를 의미합니다. 요즘엔 'CVID'의 'D'가 비핵화의 의미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D'는 'Dismantlement(해체·분해)'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개념이 한국과 미국, 6자회담 당사국, 혹은 국제사회가 주장했던 비핵화의 개념과 일치한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목용재: 이번 연쇄 정상회담이 과거 열렸던 북한 비핵화 회담과 같이 성과없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김 숙: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평양을 방문한 뒤 소개한 김정은의 발언을 보면 한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명확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해석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확실한 입장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석한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 정부의 기대와 희망보다는 국민, 전문가들의 우려가 더 많은 상황입니다. 흥분하는 것보다는 우려를 가지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고 봅니다.
목용재: 2005년 9.19합의, 2007년 2.13, 10.3 합의 등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여러 합의가 있습니다. 과거 합의 수준만으로도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 숙: 2005년과 2007년 합의 당시 상황을 봐야합니다. 2005년은 핵실험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2006년에는 북한의 첫번째 핵실험이 있었습니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2013년에 핵실험을 했고 2016년에 두차례, 지난해에 한번 총 6회의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과거 북핵 합의는 핵실험 전 혹은 실험 초기 단계에서 이뤄진 겁니다. 현재는 과거 합의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북한이 핵보유를 천명한 상황이죠. 그동안 북한은 합의를 해놓고 셀 수도 없이 이를 저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북한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과거 합의를 재탕하는 것은 위험하고 의미도 없습니다.
-과거 6자회담의 뼈아픈 실책, 북한과 ‘단계적 비핵화’ 협상한 것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천명과 핵물질 반출 등 북한의 ‘가시적 조치’가 선행돼야
-비핵화 검증과 북한의 체제보장 협상, 시기적으로 어떻게 일치시켜 나가느냐가 관건
목용재: 그렇다면 과거 합의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뭐라고 보십니까. 또한 한국과 미국이 이끌어내야 하는 비핵화와 관련한 핵심 사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숙: 과거 협상에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살라미 전술'에 넘어갔다는 겁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한 비핵화 약속은 피하면서 핵동결 또는 그에 이르는 절차·단계를 미분해서 협상에 임했습니다. 협상 절차가 지루하게 연장되는 바람에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거기에만 함몰돼서 목표를 상실했죠. 마치 핵동결이 목표인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이게 뼈아픈 실책입니다. 앞으로 있을 비핵화 협상에서는 과거의 이 같은 경험을 교훈삼아 북한 지도자로부터 확실한 약속을 얻어내야 합니다. 현재까지 북한 협상가들로부터의 말만 있었지 최고지도자의 약속은 없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신뢰도는 최악이지만 최고지도자의 약속은 의미가 다르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약속을 확실하게 받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에 따라서 협상가들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합니다. 또한 그 전에, 북한 지도자의 약속을 뒷받침할만한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조기 수확'할 수 있는 것을 북한으로부터 먼저 받아내야 한다는 겁니다. 핵물질 일부 반출 등과 같은 조치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 다음에 협상을 하고 결과에 따라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이행해야 합니다. 결국 비핵화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검증과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지원, 이 두가지를 어떻게 시기적으로 일치시켜 나가는가 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조기 수확'이라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인 협상은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까?
김 숙: 그렇죠. 북한을 신뢰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지 않고선 협상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더욱이 북한은 '시간 벌기' 또는 대북제재를 모면하려고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신뢰할만한 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목용재: 신뢰의 근거,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비핵화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김 숙: 김정은이 우선 자신의 목소리로 비핵화를 약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핵화 이행 초기단계를 협상가들에게 맡기지 않아야 합니다. 이에 앞서 북한이 보여줘야 할 몇가지 가시적인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을 일부 반출한다든가, 영변 핵시설 일부를 불능화시키는 행동 등입니다. 북한이 2008년 여름에 냉각탑을 폭파한 적이 있었죠. 이젠 이 정도 수준으로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 조치는 눈속임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룡강에서 물을 끌어와서 핵시설을 냉각시키지 않았습니까. 그런 속임수가 아니라 북한이 가지고 있는 수십 킬로그램의 핵물질 일부를 반출하는 조치가 '신뢰와 규범의 파괴자'라는 북한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비핵화 검증의 ‘대전제’는 과학적 조치
-북 과학자 ·당국자 대상 심층 면접권, 북핵 시설 ·관련 서류 접근권, 주변 지역 '샘플링' 담보돼야
-비핵화 관련 북한의 ‘가시적 조치’ 없다면 반대급부 제공해선 안돼
목용재: 북한 핵시설에 대한 현지 사찰과 검증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데요. CVID를 위한 사찰과 검증 방안은 뭐라고 보십니까?
김 숙: 핵사찰과 검증은 과거 남북 간 합의로 일부 시행된 적이 있지만 중간에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1992년 가동된 '남북 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그것인데요. 결국 현지 사찰 문제에서 가로막혔고 관련 합의는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의 핵사찰, 검증의 전문성은 핵보유국들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도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다른 핵 관련 국제기구에 전문가들을 많이 파견하고 있고 핵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교수도 많이 있습니다. 사찰과 검증을 한국 차원에서 진행할 수는 있지만 결국 이 문제는 국제사회의 높은 수준과 기준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핵사찰과 검증은 IAEA와 인정된 핵보유국 즉, 미국 등의 나라가 주도해야겠죠. 앞으로의 북한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2008년 6자회담을 하면서 북한 비핵화 검증과 관련해 합의된 사항이 있는데, 북한 핵활동 검증의 대전제로 '과학적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과학적 방법에 대해 당시 6자회담 당사국들이 정리한 내용에는 핵시설 접근과 방문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기본이 돼야한다는 것이죠. 10여년 전 북한에는 20여 개의 핵시설이 있었는데 지금은 더 증가했을 겁니다. 북한 내 산재한 핵시설과 미사일 시설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방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곳에서 종사하는 북한 과학자, 책임 있는 관리들을 심층적으로 면담하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단순 면접이 아닌 심층적이고 과학적인 면담이 돼야 합니다. 북한이 갖고 있는 핵 관련 일지, 서류에 대한 접근권도 보장돼야 하고요. 물론 시간이 걸릴 겁니다. 다음으로는 핵개발 활동에 대한 증거 수집 차원의 '샘플링'이 필요합니다. 핵물질, 주변 환경에 대한 샘플링, 이런 것들이 필요합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핵시설, 또는 북한이 은닉해 놓은 시설들을 어떻게 찾아 낼지도 관건입니다. 최신 과학기술이나 장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목용재: 북한 비핵화 시나리오로 북한 체제 보장과 비핵화의 일괄타결, 평화체제 구축 이후 비핵화 절차 시작, CVID 이후 평화체제 논의 등이 거론되는데요. 최근 청와대 관계자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실적인 방안은 뭐라고 보십니까.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습니까?
김 숙: 우리가 먼저 북한에 최종 목표를 던져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를 한국 정부가 '북한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며 선의로 북한의 입장을 해석해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우둔한 행위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협상 상대방을 속여왔던 북한을 상대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와 먼저 협상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차에 걸쳐 북한에 기만 당해왔습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물질적이고 확실한 조치가 담보되지 않으면 북한에 반대급부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해야 합니다.
목용재: '반대급부'를 언급하셨는데요. 협상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비핵화에 대한 보상, 반대급부는 뭐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 숙: 반대급부는 북한이 무엇을 제일 원하는지가 고려돼야겠죠. 저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고 인권을 개선하고 동북아시아나 세계 평화의 안전을 저해하지 않고 보통 국가로서 개방된다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많다고 봅니다. 외교안보, 경제교류와 지원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다만 북한에 제공해선 안 되는 반대급부는 명확합니다. 한미 동맹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이는 한미가 추후 상황을 봐서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 상호방호조약 등은 북한과 비핵화 회담에서 주고받기식으로 흥정할 것이 아닙니다. 반대급부로 무엇이든 제시할 수 있으나 단 하나 안 되는 것은 바로 한미 동맹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목용재: 최근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중국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 재개론도 나오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 숙: 지난 7년동안 북중 간에 정상차원의 접촉이 단 한번도 없다가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양측의 필요성이 일치됐다는 겁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저도 동의합니다. 북한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커다란 이벤트를 앞둔 상황이고 대북제재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북한은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외교적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북한이 '실패한 국가'라고 평가받지만 실패한 국가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라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 버팀목, 보호막을 다시 찾고 싶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또한 중국은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따지자면 지난 1월 1일부터 소외되기 시작했다고 느꼈을 겁니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위신 또는 한반도 안보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 유지라는 필요성에 의해 북중 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죠. 과거 중국은 2008년까지 진행된 6자회담에서 의장국으로서 회의 소집과 중재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안을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의 입장을 받아서 중재하는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쌍중단, 쌍궤병행 같은 입장을 냈지만 한미와 북한은 이 개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중국은 자신의 제안을 어떻게든 반영시키도록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키려할텐데, 이와 관련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보유국으로서 협상에 임할 가능성 커
-‘리비아식 핵폐기’ 등의 표현은 자제해야…북핵폐기 방식, 특정 용어로 규정하긴 어려워
목용재: 과거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 또 유엔 대사로서의 경험에 비춰볼 때 앞으로 북한이 어떤 협상 전략을 들고 정상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김 숙: 과거의 경험으로 북한의 미래 입장을 예단하긴 조심스럽습니다. 이번처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는 일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과거 경험에 비춰본다면 북한은 신뢰할 수 없는 상대입니다.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의심을 거두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은 이번에 한미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데로 핵을 모두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나올 가능성은 0.001%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같이 다시 한번 자신들이 핵무기를 개발하게 된 입장을 정당화하려 할 겁니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입니다. 북한은 이에 따라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대우해달라고 할 겁니다. 저는 북한이 이 같은 기본 입장을 토대로 협상장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렇게 된다면 향후 미북 정상회담의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그렇다면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협상전략을 갖고 나올지도 궁금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교체되는데요. '리비아식 핵 폐기론'도 거론되는데 전망 부탁드립니다.
김 숙: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언론에서 비유적으로 하는 표현들이 대표적인데요. 가령 '리비아식 핵폐기' 같은 표현도 그렇습니다. 이 같은 표현은 공식적인 용어가 아닙니다. 대략적으로 '리비아식 핵폐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때문에 저는 '리비아식 핵폐기'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미국 안보팀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이런 인사들이 새롭게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전시내각'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있던데요. 제가 보기엔 이 같은 인사조치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원칙을 지키고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집중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새롭게 임명된 미국 측 인사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거나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거부한다면 미련을 갖지 않고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원칙주의자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극단적이고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죠. 다만 이들이 북핵 협상국면에서 유연성을 가지고 '외교와 대화'라는 해결 방법에 우선 순위를 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목용재: 과거와 같이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반도가 다시 긴장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봅니까? 향후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 숙: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가정적인 답변이 되겠네요. 거두절미하고 전망해본다면 북한에겐 지금이 절체절명의, 진실의 순간입니다. 북한은 20년 간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며 핵을 개발했습니다. 국제사회로부터 '최악의 규범 파괴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가 10여개의 제재를 받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정도의 만행을 저질러왔습니다. 이제 북한에 진실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조만간 정상회담을 통해 진실의 순간과 마주할 겁니다. 북한이 과거와 유사한 입장을 유지하며 빠져나간다면 상황은 이전보다 악화될 겁니다. 북한이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면 이제는 생존하기 위해 핵을 포기해야 합니다.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치명적인 독을 몸에 품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합니다.
목용재: 네 알겠습니다. 대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기획보도, 오늘은 세번째 순서로 북핵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를 역임한 김숙 전 주유엔 대사로부터 북핵 해법을 들어봤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과 함께 북핵 해법을 진단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