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다음달 당 중앙위 전원회의 직후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헌법 개정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헌법에 한국을 주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은 아직까지 헌법 개정을 위한 차기 최고인민회의를 열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6월 말 예고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전후, 특히 전원회의 직후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된다면 헌법 개정, 남북합의서 관련 조치, 해상 국경선 선포 등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적대적 2국가’ 관계를 제도화한 이후에는, 이를 이행하는 차원의 외무성을 통한 대남 조치 발표, 경의선 단절 조치를 보다 가시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일부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 헌법 수정 권한을 갖고 있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의 임기가 지난 3월 종료돼, 북한이 제15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새로 선출한 이후 헌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제14기 대의원 체제를 연장해 한 번 더 최고인민회의를 열 것으로 본다”고 밝혔고 “북한은 과거에도 명시적 이유 없이 대의원 임기를 연장했던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6월 말 열릴 예정인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는 “경제과업 등 각종 과업에 대한 상반기 점검, 당 사상 강화, 당 조직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와 함께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대남기구 개편, 한반도 조형물 제거 등 “북한의 ‘대남 흔적 지우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유튜브, 틱톡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우회적 선전방식을 도모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남 심리전 조직들의 관여 동향 등에 대해 계속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어 “북한은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의 내부 갈등을 기도하고 선전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근본적으로 북한의 대남전략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또 “북한의 ‘김정은 우상화’가 올해부터 본격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이미지 구축 시도가 군을 지도하는 ‘최고사령관’, 인민들의 친근한 ‘어버이’, 당원들에게는 뛰어난 ‘사상지도자’ 등 3가지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김정은 집권 10년차인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김정은 혁명사상’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갖춘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1인 지배체제를 정당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7일 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29일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동시다발적인 GPS 전파 교란 공격, 30일 다수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연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도발을 통해 위성 실패에 대한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도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으로서는 27일 밤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며 김정은 총비서의 체면이 손상됐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앞으로도 북한이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김정은 총비서가 (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체면 손상 됐으니까 이에 대한 대응으로써 오물도 보내고 화풀이도 하고, 아마도 또 다른 걸 들고 와서 쏠 거예요.
한편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를 상징하는 ‘물망초 배지’를 패용하지 않은 배경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의에 “정부 내부 협의 과정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2월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의 귀환을 바라는 염원을 담아 ‘세송이 물망초 배지’를 제작, 공개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