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만’ 언급에 중 보복하면 한국 ‘쿼드’ 적극 참여할 것”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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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해협이 처음 언급되고 한미간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해제된 것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한국은 '쿼드'(Quad)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선임연구원은 24일 '한미 정상이 대만 해협을 언급한 데 따른 중국의 우려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지침 해제'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요청에 중국이 강력한 수사를 통한 비난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응해서 취했던 한국에 대한 정치, 경제적 보복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The obvious response by China will likely be strong rhetoric and a possible restart of its political and economic warfare campaign along the lines of the one it executed in response to the THAAD deployment.)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가혹한 보복과 대응을 한다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참여하고 있는 '쿼드'(Quad)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오스트랄리아), 인도 4개국이 참여한 안보연합체입니다.

특히 그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합의된 내용 중에는 '중국'이란 단어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면서 중국이 잘못된 판단으로 한국에 대한 강경한 보복조치를 취한다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 협력국, 동맹국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중국이 보복한다면, 한국과 같이 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국가들이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중국은 이미 한반도 전체를 공격할 수 있는 수많은 미사일을 보유했다면서 중국이 한미 간 미사일 사거리 지침 종료에 대해 반발한다면, 이는 중국 당국의 큰 위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이 이번 '대만' 언급 등으로 사드 배치와 유사하게 한국에 대한 경제적 제한 조치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There is a chance that we could see China place economic restrictions on South Korea similar to the deployment of THAAD.)

이어 중국은 사드 관련 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통제했지만, 코로나19로 다른 형태의 경제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간 미사일 개발 지침 해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The relaxation on missile development is a response to North Korea's continued ballistic missile and nuclear weapons development.)

특히 그는 중국이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대해 우려한다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게 하고, 북한을 지원하는 밀수출을 더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로버트 매닝 애틀란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쿼드' 협력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매닝 연구원: 쿼드 협력은 중국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놀랍지 않습니다.

이어 그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에 제한을 뒀던 미사일 지침을 해제하기로 합의하고, 대만 해협이 공동성명에 명시된 점은 미국이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독일마셜펀드(The German Marshall Fund of the United States)의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아시아 프로그램 디렉터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은 항상 대만 해협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간섭하는 것을 반대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다른 국가들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그는 "중국이 대만과 가까운 곳에서 군사훈련을 계속한다면 더 많은 국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If China continues its military exercises close to Taiwan, I expect that more countries will voice their concern.)

앞서, 한미 정상은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미 양국이 역대 정상 간의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한 공동성명은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서 대만 해협 문제가 제기되면서 중국은 우려를 표명했고, 대만은 공개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중국은 공동성명 내용에 우려를 표한다"며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한미 공동성명에 들어간 점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한미 미사일 지침이 종료된 것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신중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24일 한국 국방부는 중국이 한국에 공식적인 항의를 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은 북한과 달리 한국을 국제 비확산 모범국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한미의 미사일 지침 폐지는 주변국의 영향을 보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대만 외교부는 22일 오후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 계정에 백악관의 한미정상 공동성명을 소개하며 "한미 정상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데 대해 우리의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만 외교부는 "우리는 안전하고 역동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해 미국, 한국, 다른 협력국들과 함께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명시되며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날 KBS, 한국방송공사 뉴스9에 출연해 "중국도 우리 정부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이해를 해 줄 것으로 저희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의용 장관(KBS 뉴스9):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원칙과 양안 관계의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된다는 원칙은, 사실 같은 성격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24일 중국 외교부의 대만 해협과 관련한 우려와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보복성 압박을 가할 우려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백악관 관계자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가 처음 언급돼 중국 정부가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한미 정상이 지난주 발표한 공동성명 이외에 더 이상 추가할 입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밝혔습니다. (Regarding the South Korean position on Taiwan, I'd refer you to the South Korean government. We are not in a position to expand upon what was in the joint statement.)

그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확고하다는 기존 미 고위 당국자의 성명을 참고하라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