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대뉴스④] “또 헤어져야 하나”…간절한 이산상봉 상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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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2018,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8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오늘 '10대 뉴스'는 네번째 시간으로 노재완 기자와 함께합니다. 노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기자 : 네, 준비해온 자료 먼저 들어보시겠습니다.

앵커 : 올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지난 8월에 있었죠?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4월 남북 두 정상 간의 합의에 따라 8.15 광복절을 계기로 금강산에서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1·2차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올해 상봉 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성사된 겁니다. 남측 최종 상봉 대상자는 89명, 북측 최종 상봉 대상자는 83명이었는데요. 1차 땐 한국의 가족들이 북한 가족들을 찾고 2차 땐 북한의 가족들이 한국 가족들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산가족들은 2박 3일이라는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작별상봉장에서 이산가족들이 나누는 얘기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작별상봉장 현장음)

앵커 : 생이별이나 마찬가지인 작별상봉은 볼 때마다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상봉 행사를 통해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들은 다시 가족을 만나기는 어려운 거죠?

기자 : 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다시 가족을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한 번이라도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들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아직도 가족을 만나지 못한 한국의 이산가족들이 5만 명이 넘습니다. 올해 안에 상봉 행사가 또 개최될 거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벌써 12월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겠죠. 상봉자들은 대부분 80대 이상 고령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다시 만날 순 없더라도 편지라도 계속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이산의 아픔은 덜할 겁니다.

앵커 : 이번에도 고령자들의 건강 문제로 상봉을 포기한 가족들이 있었죠?

기자 : 남북이 각각 100가족씩 하기로 했던 상봉은 90가족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건강상의 이유였는데요. 상봉 행사에 참여했던 한국측 상봉자 최시옥(87)씨는 북한 여동생 최시연(79)씨를 만났지만 호흡 곤란으로 상봉을 중단하고 귀환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앵커 : 5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 중에서 100명 안에 들어야 상봉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운이 좋아서 가족을 만나도 다시 그리움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거고요. 상봉 후 오히려 상실감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이산가족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이산가족들이 또 만남의 시간을 갖겠지만 상봉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들 역시 상봉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내 이산가족들의 모임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10여 년 전부터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확인을 요구해왔는데요.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 순간적인 면회에 그치기 때문에 상봉을 한 가족도 많은 상실감에 오히려 더 빨리 돌아가시기도 합니다.

세상을 떠나는 한국의 이산가족은 해마다 3천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현재 이산가족 등록자 수는 13만여 명인데요. 이중 7만 5천여 명은 사망했습니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남북이 각각 100명씩 1년에 한 번씩 상봉하게 될 경우 500년이 넘게 걸립니다. 올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한 윤흥규(92)씨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윤흥규씨 : 이번에 상봉 행사에 못 간 이산가족들은 얼마나 슬프겠어요. 이산가족들의 소원을 풀어달라는 겁니다. 사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필요가 없습니다. 판문점 같은 곳에 면회소를 짓고 매일 200명, 300명씩 수시로 만나게 하면 됩니다.

앵커 : 한국 정부는 올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고향방문, 상봉 정례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 네, 올해 여러 차례 이런 입장을 밝혔죠. 8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기 하루 전에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산가족 상봉을 더욱 확대하고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이제 그분들의 기다림이 더 이상 길어져서는 안 됩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더 확대하고 속도를 내는 것은 남과 북이 해야 하는 인도적 사업 중에서도 최우선적인 사업입니다.

앵커 : 여건상 상봉 정례화가 당장 어렵다면 서신교환이나 영상편지, 화상상봉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남북이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나요?

기자 : 남북은 지난 10월 고위급회담 합의를 통해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이산가족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후 특별한 진전이 없었습니다. 다만 한국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2월 초 한 강연에서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을 언급하며 "북한측과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고 내년 초부터는 아마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 얼마 전에는 재미교포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위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포함해서 해결하자는 얘기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주실까요?

기자 : 북한에 가족을 둔 재미교포 이산가족도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미국 내 이산가족들은 그 동안 상봉행사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의 상봉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요. 미국의 민주당 의원들은 미북 정상회담 때 재미 이산가족과 북한 가족을 만나게 해야 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미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된 적이 없는 만큼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대대적 운동으로 일으키면 미국에서 보편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한국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월 방미 기간 워싱턴의 한인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 동포들의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교환, 화상상봉이 남북 사이에 합의가 됐고, 영상편지 교환도 합의가 되어서 이런 것에 재미 이산가족도 포함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북한측에 제안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앵커 : 아직 남북 적십자회담 일정이나 이산가족 상봉 계획이 나온 건 없는 거죠?

기자 : 남북은 지난 10월 고위급회담에서 적십자회담을 갖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일정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미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 간 논의도 진전되지 못했고 연내 약속한 적십자회담도 미뤄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적십자회담을 통해 화상상봉을 재개하는 방안을 북한측과 협의 중이지만 관련 장비 등 자재를 북한에 반입하기 위해서는 제재 면제를 위한 논의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 네, 그렇군요. 내년에는 뭔가 결실이 있어 더 많은 이산가족들이 혈육의 정을 나누고 가족 소식을 전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노재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 네, 감사합니다.

앵커 : 자유아시아방송의 2018 10대뉴스 네 번째 시간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평창올림픽-아시안게임에서 우의 다진 남북 선수들' 편을 보내드립니다. 계속해서 많은 청취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