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국무부가 최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미북대화의 창구를 점점 더 좁아지게 하는 미국의 정치적 도발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미북대화가 현재 교착상태에 놓인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은 5일 미국 국무부가 지난 주말 ‘2018 국가별 테러 보고서(Country Reports on Terrorism 2018)’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목한 데 대해 “미북 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인 지금, 미국의 이러한 태도로 미북대화의 창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조치와 관련한 미북 간 인식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라고 주장했습니다.
크로닌 연구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습니다. 특히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최근 국무부 부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그 어느 때보다 북한과의 성과 있는 대화(substantial discussion)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 어떤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크로닌 연구원은 북한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를 이행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비난도 스스로 진지하고 지속적인(sustained indication of seriousness)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먼저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크로닌 연구원은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대북 억지력 증강과 동맹 강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크로닌 연구원 : 한일 간 최근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국과 일본 등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협상에서 만족하지 못한 북한이 무력과시를 통한 벼랑 끝 전술을 펼치거나 오판을 할 경우에 대비해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달 초 스웨덴 즉 스웨리예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실무협상 이후에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재개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외무성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비난하며 내놓은 성명은 북한이 실무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주었다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 북한이 실무협상을 재개하지 않기 위한 구실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핑계로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하고 있다며 실무협상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화시키려 하는 것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은 미국의 실무협상 팀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