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김정은, ‘톱다운 외교’ 한계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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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베트남, 즉 윁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되면서 정상간 직접적인 대화로 협상을 시도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향후 실무회담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3차 회담 개최 가능성에 동의하면서도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 달성에는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을 방문한 한국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4일 미국 워싱턴 민간연구기관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2차 회담에서 정상에서 실무회담으로 이어지는 ‘톱다운 외교’ 방식에 한계를 실감했을 것이라며 향후 미북 간 협상이 재개될 경우 실무회담이 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입지를 전 세계에 알리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 김 위원장이 실무단 간 별다른 사전 준비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담판으로 북한 측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것으로 과신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 센터장 :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가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회담 때는 실무회담에 더욱 의존할 것입니다. 톱다운 외교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연구기관 독일마셜펀드(GMF)의 로라 로젠버그 선임연구원 역시 하노이 회담 이후 예상되는 미북 간 논의 상황에 대해 3차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다만, 또 다른 ‘빈손 회담’을 우려한 김 위원장이 미국에 실무회담을 요청할 것이라며 실제로 3차 회담이 열리는 데까지 오랜 준비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젠버그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실무회담 이후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미국이 원하는 모든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에 대한 신고와 완전한 폐기를 의미하는 비핵화에는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한 데 대해 미국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이른바 ‘동결 대 동결’(Freeze for Freeze)이 이어질 것이라며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로젠버그 선임연구원 : '동결 대 동결'이 지속될 것입니다. 향후 미북 협상에서 엄청난 변화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김 위원장이 미국과 더욱 많은 외교적 관계를 쌓고 국내 경제 개발을 우선과제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선대와 다르다는 평가도 있지만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상응조치를 얻어내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 전략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비핵화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토비 달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비확산담당 국장은 미북협상이 핵무기나 핵시설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북회담이 비핵화를 최대 의제로 삼고 있지만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사이버 공격 등도 엄청난 위협이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달턴 국장은 또 만약 미북 간 실무회담 이후 3차 회담이 열린다면 빅딜, 즉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영변 핵시설이나 추가시설 폐기에 대해 양국이 합의하는 정도로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